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퇴 이후 처음 모인 전국 고검장들이 여권에서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 고검장들의 의견 개진이 일선 검사들의 반발로도 이어져 정부와 검찰의 갈등이 재확산될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검찰청은 8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20분까지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에서 전국고검장 회의를 진행했다. 검찰총장 직무대행인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 주재로 진행된 회의에는 조상철 서울고검장과 구본선 광주고검장, 강남일 대전고검장, 장영수 대구고검장, 오인서 수원고검장, 박성진 부산고검장이 참석했고, 조종태 기획조정부장과 박기동 형사정책담당관, 전무곤 정책기획과장도 배석했다. 전국 고검장 회의가 열린 것은 지난해 7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검언유착’ 사건 수사지휘권에 대응하기 위해 소집된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고검장들은 이날 회의에서 중수청 입법 추진에 대해 한 목소리로 우려를 표명했다. 고검장들은 회의 후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형사사법시스템의 중대한 변화를 초래하는 입법 움직임에 대한 일선의 우려에 인식을 같이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이 공감하는 방향으로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적극 개진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고검장들은 중수청 입법이 검찰의 존립과 관계된 문제인 만큼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 국민들에게 설명을 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이 추진하는 중수청 입법에 공개적으로 반대하지만, 향후 국회와 법무부 등 유관기관과 소통하며 입장을 조율하고 국민들에게도 설명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고검장들의 이번 발표는 중수청 설립을 비판하며 검찰을 떠난 윤 전 총장의 의견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중수청법 등으로 검찰 수사권이 완전히 박탈되면 부패범죄 수사 역량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대검은 “총장 공석 상황에서 검찰 구성원 모두가 흔들림 없이 국민권익 보호와 공정한 법집행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자체 검찰 개혁도 차질 없이 수행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고검장들의 이번 성명 발표는 일선 검사들의 반발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앞서 대검은 지난 3일까지 중수청 설치 법안에 대한 전국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 중 청주지검 충주지청 검사들의 검토 의견이 검찰 내부통신망에 공개 됐는데 해당 의견서에서 검사들은 “형식적인 수사·기소의 분리에만 집중해 중대 범죄에 대응할 역량이 약화할 뿐 아니라 수사 및 재판이 지연될 경우 당사자들이 입을 피해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이경운 기자 clou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