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한 달 앞둔 시점에서 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투기 의혹’에 여야의 전세가 순식간에 역전되는 모양새다. 여당은 선거 국면 초기에 4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가덕신공항특별법 처리를 앞세우며 주도권을 쥐고 나갔으나,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여론이 돌아서자 고개를 숙이고 있다.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검찰의 직접 수사와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를 통해 “정부가 검찰로 하여금 엄밀한 수사를 지시할 것을 강력하게 정부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에서는 국무총리실 산하 정부합동수사단이 LH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3기 신도시 관련 토지거래행위 1차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 결과를 국가수사본부에 의뢰할 계획이다. 다만 김 위원장은 “정부는 LH 직원의 부동산 투기 관련해 정부 나름대로 조사에 임한다고 하고 있지만, 그 조사가 과연 제대로 된 조사가 될지에 대해서 (국민은) 매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회의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말대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하니 범죄완판(범죄가 판을 친다)하는 상황이다. 감사원에서 감사를 착수하고, 검찰이 수사를 맡고, 국정조사를 해야만 이 문제를 국민이 납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이 정도 되면 국민 앞에 나와 사과하고 어떻게 철저히 조사할 지를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문 대통령의 직접 사과와 검찰 수사 착수를 촉구했다.
반면 여당은 오는 4월 보궐선거에서 LH 땅투기 의혹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저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오는 3월 국회에서 공직자의 투기 이익에 대한 징벌적 벌금을 부과하는 ‘LH 투기 방지법’을 처리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LH에 대한 ‘강제수사’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열린 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국민 여러분께 정말 정말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대표는 “이미 국무총리실 주도로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며칠 안에 1차 발표가 날 것”이라면서도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가족이나 친인척 명의를 포함한 가명·차명 거래 역시 강제수사를 통해서라도 있는 그대로 밝히겠다”고 말해 강제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같은 회의에서 “투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직자의 투기 이익을 환수하고 취업 인허가를 제한하는 등 ‘LH 투기 방지법’을 박상혁 의원이 오늘 발의한다”며 “오는 3월 국회 최우선 처리 법안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또 문진석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내부정보 투기 방지법’ 역시 3월 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입장이다. 문 의원 안은 업무 처리 중 알게 된 정보를 목적 외에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할 경우 이로 인한 이익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