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부동산 문제는 교육·병역과 함께 국민의 3대 역린(逆鱗)이다. 그래서 부동산 정책은 신중하고 공정해야 한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25번의 부동산 정책은 국민의 신뢰를 얻기는커녕 불신의 대명사가 됐고 급기야 “부동산은 자신 있다”던 문재인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번에는 부동산 사업 주무 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불난 집에 기름을 잔뜩 끼얹고 말았다. 정부가 LH 주도의 공공 개발로 집값을 잡겠다며 2·4 대책을 내놓은 지 한 달도 안 돼 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특히 LH 직원들이 한 투기 수법을 보면 지분을 쪼개고 보상이 많이 나올 묘목을 촘촘하게 심는 등 프로페셔널한 수법이 총동원됐다. 신도시로 개발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으면 하기 어려운 매입 방식이다. LH뿐 아니라 국토교통부 등 부동산 관계 기관 담당자들의 개발 예정지 투기가 과거부터 있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을 넘어 당첨 번호를 짜고 로또를 굴린 ‘불공정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자신이 LH 사장이던 시절에 일어난 일에 대해 책임을 지기는커녕 “LH 직원이 이익을 볼 것도 없다” “개발 정보를 알고 투자한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다. 정부 합동조사단도 국토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되면서 ‘셀프 조사’라는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LH 직원들의 투기는 회사 내부 정보를 이용하는 주식 내부자 거래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일벌백계해도 모자랄 판에 ‘감싸기’와 ‘셀프 조사’가 웬 말인가. 지금 돌아가는 판을 보니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우를 범할 공산이 크다. 어정쩡한 공직자 몇몇을 문책하고 청렴 서약서 같은 쇼를 연출하며 ‘꼬리 자르기’ 할 것이 뻔해 보인다.
LH 직원뿐 아니라 가족이나 지인 명의로 투기한 정황이 확인되면 신도시 지정 취소가 불가피하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그러면 공급 대책이 차질을 빚을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집 없는 서민들 몫이다. 내 집 마련이 꿈인 서민들을 또다시 좌절시켜서야 되겠는가. 변 장관의 사퇴가 필연인 이유다.
부동산은 신뢰가 생명이다. 이미 3기 신도시는 첫 삽을 뜨기도 전에 신뢰부터 잃었다. 단순한 미봉책으로 끝낼 사안이 아니다.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와 감사원 감사, 국회 국정 조사 등을 통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철저한 수사와 조사로 부동산 투기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내는 것이 급선무다. 아무리 강력히 대응해도 과하지 않다. 정답은 나와 있다. 문제는 실천이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