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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허찬미 "아버지 덕분에 '트로트 오뚝이' 됐어요"

허찬미 / 사진=퍼스트원엔터테인먼트 제공허찬미 / 사진=퍼스트원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돌 그룹에서 솔로 가수로 세 번의 데뷔, 그리고 세 번의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 허찬미가 10년 동안 걸어온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도전하고 또 도전했다. 끝내 ‘오뚝이’라는 별칭까지 얻은 그는 자신을 ‘성공한 오뚝이’라고 소개했다. 성공의 배경에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트로트라는 신대륙이 있었다.



TV조선 ‘미스트롯2’ 경연을 마치고 잠시 숨 고르기에 나선 허찬미를 지난 3일 만났다. 아이돌부로 출연했던 그는 발군의 트로트 실력으로 준결승전까지 오르며 중장년 팬까지 섭렵, 새로운 길을 걸어가고 있다.

지난 2010년 혼성그룹 남녀공학으로 데뷔한 뒤 걸그룹 파이브돌스로 활동했던 허찬미는 2016년 Mnet ‘프로듀스 101’, 2017년 JTBC ‘믹스나인’에 도전하며 끊임없이 가요계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리고 지난 10년의 고생을 보상하듯 TV조선 ‘미스트롯2’를 통해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Q. ‘미스트롯2’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아버지를 위해서였다. 부모님이 과거 가수 활동을 하다가 만나게 됐는데, 당시 외할아버지가 가수는 소위 딴따라라고 해서 결혼을 반대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아버지가 가수를 포기하고 결혼을 하게 됐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트로트 열풍이 뜨겁지 않았나. 아버지가 그걸 보고 그 시절 회상을 많이 하시더라. 집에서 트로트도 부르고 계속 음악을 하고 싶어 하시는 것 같았다. 아버지가 나를 위해서 희생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팠다. 트로트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 딸도 내가 아는 노래를 불러줬으면 좋겠다. 우리 딸이 가수인데 친구들한테 자랑할 때 딸 노래는 잘 못 부르겠다’고 하셨는데, 때마침 ‘미스트롯2’ 오디션이 시작될 때라 아빠의 꿈을 대신 실현시켜드리고 싶어서 도전했다.

Q. 기존에 해오던 음악과는 많이 달랐을 것 같은데, 트로트 연습은 어떻게 했나?

내가 불렀던 창법과는 너무 달랐다. 소리 내는 게 다르니까 바꾸는 게 힘들었다. 그래서 아버지가 도움을 많이 줬다, 직접 레슨도 해주셨는데 혹독하게 하더라. 트로트는 본인이 더 잘하는 장르이고, 내 주종목이 아니다 보니 ‘네가 노래를 부를 때 이런 점은 잘못됐고, 오랫동안 트로트를 했던 사람들과 대결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조언해 줬다. 무대에서 점점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좋아해 주셨다.

Q. ‘미스트롯2’에서 허찬미의 포지션은 무엇인 것 같나?

퍼포먼스가 있는 신나는 트로트를 할 수 있는 포지션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트로트는 ‘옛날 노래’ ‘어르신들의 노래’라는 생각이었는데, 트로트 프로그램을 통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젊은 팬층이 생기니까 옛날 노래를 현대식으로 바꿔서 부르는 게 트렌드가 됐다. 나는 거기에 퍼포먼스를 가미해 ‘이런 트로트도 있다’라는 걸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허찬미 / 사진=퍼스트원엔터테인먼트 제공허찬미 / 사진=퍼스트원엔터테인먼트 제공


Q.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 유경험자로서 ‘미스트롯2’은 어떤 점이 달랐나?

시대가 계속 변하는 것처럼 오디션 프로그램도 진화하는 것 같다. 그만큼 점점 더 힘들었다. 특히 ‘미스트롯2’은 내가 해왔던 장르와 다르기도 했고, 미션도 힘들었다. ‘프로듀스 101’, ‘믹스나인’ ‘미스트롯2’ 3개 프로그램을 비교하자면 ‘미스트롯2’가 제일 힘들다. 다만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해왔던 걸 경연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커서 긴장을 많이 했는데, 트로트는 안 해봤던 만큼 열심히 하는 데 몰두했다. 처음 해보는 거라 비교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마음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했다.

Q. ‘미스트롯2’ 출연 후 가장 달라진 점은?



처음에는 부담도 많이 되고 큰 용기가 많이 필요했는데 출연하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출연 후에 나를 더 많이 알아봐 주고 사랑해 주는 분들이 늘었다. 원래 내 플레이리스트는 대부분 팝송과 가요였는데, 요즘은 전부다 트로트로 바뀌었다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예전에는 짠하게 봐주는 시선이 속상하기도 했는데, 그런 시선들이 응원으로 바뀌었더라. ‘미스트롯2’ 출연하면서 달라진 점이라 감사하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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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뽕가네(강혜연 별사랑 은가은 허찬미 성민지) 무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메들리이다 보니 곡이 많아서 연습 과정에서 힘들기도 했지만 팀워크가 정말 좋았다. 방송에서도 나왔지만 다른 팀들은 조금씩 불화가 있었더라. 그걸 보고 ‘우리 팀 같은 팀이 없구나’ 싶었다. 나는 그룹 활동도 해봤으니까 한마음을 모아서 합을 맞추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지 않나. 단기간에 만난 사람들과 그렇게 호흡을 맞추 게 신기했다. 무대가 끝나는 게 싫을 정도로 좋은 무대였다. 그 무대가 극찬을 받았고 마스터 점수 1위를 받아서 감격스러웠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은?

처음에는 아이돌이라는 편견이 있어서 ‘갑자기 왜 트로트를 하냐’는 반응이었는데, 이후로는 ‘얘는 뭘 해도 잘하고 열심히 하는구나’ ‘트로트도 잘 소화하는구나’ ‘트로트도 잘 어울린다는 반응이 많았다. 내가 다양한 장르에서 잘 표현했다는 느낌이어서 기분이 좋더라. ‘트로트 오뚝이’라고는 별명으로 불러주시기도 하더라. 계속해서 도전을 했고, 오랫동안 활동을 하면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 오뚝이 같은 이미지로 봐준 것 같다.

허찬미 / 사진=퍼스트원엔터테인먼트 제공허찬미 / 사진=퍼스트원엔터테인먼트 제공


Q. 아쉬운 점도 있을 텐데.

결승전에 진출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있다. 최초 목표는 1대1 데스매치였는데 더 올라가게 되면서 ‘이왕 이만큼 온 거 한번 더 열심히 준비해서 한 계단 더 올라가자’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준결승에 올라와보니 결승에 안 올라갈 사람이 없었다. ‘나는 여기까지 올라온 것만으로도 기적이고, 감사하게 즐기고 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떨어져도 여한이 없다는 마음이어서 긴장을 안 했다.

Q. 어떤 참가자를 응원했나?

은가은을 응원했다. 은가은과 뽕가네 팀을 함께하면서 친해졌다. ’미스트롯2‘을 통해 처음 만났는데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은가은이 결승에 올라가게 되면서 응원해달라고 하더라. ’나한테 소중한 투표권이 있는데 응원해 주면 뭐 해줄 거냐?‘라고 했더니 ‘진·선·미 중에 하나라도 돼서 광고가 들어온다면 강혜연·허찬미와 함께 광고를 찍겠다’고 하더라.

Q. 향후 계획은?

아버지를 위해 시작한 거였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대중의 반응이 좋았다. 그동안 했던 음악 말고 ‘미스트롯2’으로 인해 사랑을 받았으니까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갑자기 다시 돌아가는 건 트로트 팬들이 서운해하고 실망할 것 같아서 ‘세미 트로트에서 조금 더 퍼포먼스가 있는 트로트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 확실한 건 (오디션) 도전은 이제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다.

Q. 목표와 각오가 있다면?

미스 레인보우(준결승 진출자 강혜연·김연지·류원정·마리아·윤태화·황우림·허찬미)가 다들 잘하는 사람들이다. 아깝게 떨어진 실력자들이니까 같이 무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또 광고도 찍고 싶다. 내가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오뚝이 수식어를 얻었으니 오뚜기 광고가 어울릴 것 같다. 쓰러져도 일어나는 성공한 오뚝이 콘셉트로 하면 좋지 않겠나. 평생 3분 카레만 먹고살아도 좋다.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려서 팬들은 내가 나타날 때마다 굉장히 놀랐을 텐데, 항상 새로운 모습도 다 사랑해 주고 받아들여줘서 감사하다. 또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예정이니까 기대해주시고 계속 응원 부탁드린다. 보답할 수 있는 무대로 만났으면 좋겠다.

허찬미 / 사진=퍼스트원엔터테인먼트 제공허찬미 / 사진=퍼스트원엔터테인먼트 제공


/추승현 기자 chush@sedaily.com


추승현 기자 chu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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