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차명 빠지고, 靑은 6일만에 '뚝딱'…"선거 앞 부실조사 완결판"

['LH 의혹' 발표 뚜껑도 못 연 판도라상자]

  개인 정보 미제공자 거래 내역은 확인 못 하고

  의혹 1주일만에 뒷북 압수수색, 곳곳 허점 노출

  특수본에 맡긴다지만…"골든타임 놓쳤다" 비판

11일 오후 3기 신도시 개발 예정지인 경기도 광명 가학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내 TV에 정세균 국무총리의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1차 전수조사’ 결과 발표 브리핑이 방송되고 있다. /연합뉴스11일 오후 3기 신도시 개발 예정지인 경기도 광명 가학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내 TV에 정세균 국무총리의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1차 전수조사’ 결과 발표 브리핑이 방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11일 전 국민의 공분을 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한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절차상 허점이 드러나며 조사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조사에서는 차명 거래나 가족 및 직계존비속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일부 개인 정보 미제공자의 부동산 거래 내역에 대해서는 접근조차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같은 조사 미비 사항을 정부 합동 특별수사본부에 의뢰해 해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오는 4월 보궐선거를 앞둔 정부 여당이 수사 결과 발표를 미룰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앞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가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을 제기한 지난 2일 정부합동조사단 구성에 착수했다. 이어 이틀 뒤인 4일부터 이날까지 총 8일간 조사를 시행했고 1차 조사 결과 20명의 투기 의심자를 파악했다고 발표했다. 국토교통부와 LH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했으나 투기 의심자는 모두 LH 직원이었다고 정부는 이날 밝혔다. 앞서 투기 의혹이 제기된 LH 직원 13명에 추가로 7명이 더해진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두고 ‘정부의 졸속 조사’로 실체적인 진실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조사 대상이 국토부와 LH 임직원 ‘본인’으로 한정됐다는 점이 조사 미비의 이유로 꼽힌다. 1차 조사단은 국토부와 LH 임직원 각각 4,509명과 9,839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등은 제외됐다.



하지만 부동산 투기의 속성상 LH나 국토부 임직원 본인이 직접 토지 거래에 나서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족이 제외된 이번 조사가 실효성이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정부는 직계존비속에 대한 수사는 특수본을 통해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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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 거래’ 정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합동조사단은 이번 조사를 LH와 국토부 임직원의 부동산 거래 내역과 3기 신도시 6곳(광명 시흥,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및 100㎡ 이상 대규모 택지(과천 및 안산 장상)의 토지대장을 교차 검증하는 방식으로 시행했다. 이 같은 방식은 표면에 드러난 비리만 파악할 수 있을 뿐 실질적인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늦게 개인 정보 제공에 동의한 직원도 이번 조사 결과에서 빠졌다. 정부는 10일 이후 개인 정보 제공 동의서를 제출한 26명(국토부 1명, LH 25명)의 조사 결과는 신속한 조사 이후 발표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차명 거래 등에 대한 수사를 특수본에 맡기겠다는 입장이지만 의혹 제기 초기부터 정부가 조사에 방점을 찍은 결과 ‘수사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경찰은 9일 민변이 의혹을 제기한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경남 진주 LH 본사와 직원들의 자택을 압수 수색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1차 합동조사 결과를 통해 ‘환골탈태에 가까운 LH 혁신’ ‘공직자 및 공기업 임직원의 투기 감시 시스템 마련’ ‘불법 투기 행위를 한 공직자의 퇴출’을 약속했다. 다만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 당초 계획했던 공공 주택 공급은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말해 3기 신도시 추진 계획은 거두지 않았다.

아울러 정부는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공공 기관 땅 투기 의혹을 부동산 문제 전반으로 넓히는 모양새다. 정 총리는 “허위 매물, 기획부동산, 떴다방 등 부동산 시장에서 자행되고 있는 불법과 불공정 행위를 엄단할 특단의 방안을 마련해 강력하게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 같은 정부의 조사 결과에 대해 “문재인 정권의 불공정 완결판”이라고 혹평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 비대위 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이 입시·병역·부동산 등 3대 공정 이슈 중 특히 부동산에서 민심 역류를 크게 건드렸다는 비판이 비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수사도 정부합동수사단에서 할 뿐 아니라 검사를 고작 1명 파견받고 ‘검경 유기적 협력’이라고 보여주기에 급급하다”고 쏘아붙였다.

민변과 참여연대 등 의혹을 제기한 시민 단체들도 이번 조사를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합동조사단 발표 직후 논평을 내 “투기 의심 사례를 20건으로 판단한 구체적인 근거와 기준, 투기 의심 사례에 포함하지 않은 국토부·LH 직원들의 토지 거래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단체들은 “정부합동조사단의 조사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며 “예견됐던 대로 합동조사단의 조사 방식은 아주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그 대상이 LH 공사와 국토부의 직원들로 한정되다 보니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지인이나 차명을 통한 투기 행위에 대한 조사까지 이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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