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규제 시달리느니"...스타트업 유니콘 'IPO 脫한국' 이어지나

[국내 스타트업 잇단 美증시 상장]

차등의결권 제한 등 부담에

국내 아닌 해외IPO 부추겨

유니콘들 아예 법인 이전해

美 등 글로벌증시 상장 고려

쿠팡이 1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서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기념해 전광판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쿠팡쿠팡이 1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서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기념해 전광판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쿠팡





국내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인 쿠팡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이 현실화하면서 높은 규제 문턱에 부담을 느낀 국내 유니콘(기업 가치 1조 원 이상 스타트업) 기업들의 탈(脫)한국 러시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개정된 상법에 따른 감사위원분리선임제나 대표의결권 3% 제한, 다중대표소송제 등이 기업들을 옥죄는 상황에서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는 유니콘들은 아예 법인을 해외로 옮겨 미국 등 글로벌 증시에 상장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친화, 친기업 생태계가 잘 갖춰진 해외에 상장할 경우 보다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자본 유치 기회가 늘어나는 것도 유니콘들의 해외 상장 러시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12일 컬리의 미국 뉴욕 증시 상장 소식이 알려지자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유니콘과 예비 유니콘들의 해외 상장 대열 합류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내시장에서 급성장한 쿠팡이 한국 증시를 선택하지 않고 뉴욕 증시 상장을 결정한 것은 글로벌 메이저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제약이 많은 국내 기업 생태계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이날 뉴욕 증시 상장 이후 기자 간담회에서 차등의결권 문제가 뉴욕 증시 상장에 얼마나 영향을 줬느냐는 질문에 “차등의결권을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이 이유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국내에 상장하면 경영권 유지가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미국 시장을 택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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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은 물론 기업들의 경영 활동에 큰 부담을 주는 각종 규제 역시 유니콘과 국내 중견 기업들의 해외 상장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벤처기업협회가 230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벤처기업과 중견 기업 4곳 중 1곳이 규제 때문에 해외 이전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이전은 해외 상장을 염두에 둔 선택인 만큼 국내 규제들이 스타트업과 유니콘들의 탈한국 러시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유니콘 기업들의 국내 증시 상장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에 대한 사전 규제보다는 부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후 규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문한다.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를 운영하는 쏘카 역시 규제가 유니콘의 성장을 막은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타다는 출시 1년도 안 돼 가입자 100만 명을 넘었지만 지난해 3월 이른바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통과로 서비스가 하루아침에 중단됐다.

이 외에도 규제로 인해 모빌리티·핀테크·헬스케어 등 많은 신사업 분야 기업의 성장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쿠팡의 핵심 서비스인 ‘로켓배송’은 불법 논란을 겪다가 소형 화물차 규제가 완화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퀀텀 점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쿠팡의 경우 이번 뉴욕 증시 상장을 위한 증권 신고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북한 이슈'와 함께 '한국형 기업 규제'를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쿠팡은 “한국에서 사업하는 쿠팡이 한국 법규의 적용을 받고, 규제에 따라 비용과 벌칙을 부과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최근 정부가 마켓컬리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소비자 피해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스타트업 업계의 우려는 한층 더 커지는 분위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 업체가 입점 업체와 계약할 때 일부 행위를 제한하는 '온라인플랫폼법 개정안'을 최근 국회에 제출했으며 마켓컬리·B마트 등 온라인 배달 플랫폼 규제법도 별도로 계획 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서비스 개발이나 투자가 필요한 시기에 산업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는 규제 칼날부터 들이밀고 있다"며 "쿠팡을 시작으로 규제가 없고 자본 조달이 유용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기업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시장에서는 테슬라와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을 이끈 특례상장제도를 보다 더 적극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국내에서는 기술 상장만 하려고 해도 글로벌 기준보다 까다로운 데다 스타트업에도 실적을 문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벤처캐피털 대표는 “국내 상장 요건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해 규제가 완화돼 있다고 보기 힘들다”면서 “특례 기업의 영업 적자를 문제 삼다가는 향후 유니콘 기업을 키워낼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승·박민주 기자

/연승 기자 yeonvic@sedaily.com, 이재명 기자 nowlight@sedaily.com


연승 기자 yeonvic@sedaily.com·이재명 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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