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서울 강남구에서 일본식 술집을 운영하는 장모(35)씨는 지난해부터 현금을 보관하는 포스기에서 돈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CCTV를 확인해보니 범인은 술집의 유일한 직원인 30대 신모씨였다. 신씨는 수십차례에 걸쳐 야금야금 현금을 훔쳐갔다. 그렇게 훔친 금액은 100만원을 넘겼다.
올 2월 범행사실을 인지한 장씨는 신씨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신씨를 ‘식구’로 여긴 장씨는 직원 신씨의 사정을 감안해 급여에서 피해금액을 차감하는 식으로 돌려받을 생각이었다. 지난해 1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영업제한 조치가 강화되며 매출이 급감하자 직원을 5명 데리고 있던 장씨는 1명으로 인력을 줄였다. 남은 직원이 신씨였다. 어떻게든 코로나19 상황을 버텨보자고 다짐한 장씨는 신씨를 식구처럼 대했다.
신씨가 가게 앞에서 주운 신용카드를 사용해 경찰 조사를 받았을 때도 장씨는 피해자에게 ‘젊은 친구니까 아량을 베풀어 합의를 해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장씨는 신씨가 3월 초 고시원비를 낼 돈이 없다고 도움을 부탁했을 때도 2주치 급여인 70만원을 가불해줬다. 코로나19로 매출이 전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신씨의 사정을 최대한 배려해준 조치였다.
하지만 신씨는 그 돈을 받자마자 잠적했다. 결국 장씨는 경찰에 신고할 수밖에 없었고 현재 서울 강남경찰서는 절도 등의 혐의로 신씨를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업주 장씨는 “코로나19로 8년간 평소 매출의 10% 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어려운 상황의 신씨를 직원으로 남겨두고 월급을 가불해주는 등 최대한 배려했다”며 “식구로 받아들였지만, 결국 발등을 찍혀 배신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현재 경찰은 길에서 습득한 신용카드를 함부로 사용한 혐의와 장씨 가게에서 돈을 훔친 혐의 등을 통합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로 수사 중인지는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심기문 기자 door@sedaily.com, 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