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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금리는 왜 '발작'했을까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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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코스피는 1주일 사이 세 번이나 3,000포인트를 밑돌았다. 백신과 경기 회복 기대로 기세 좋게 출발했으나 주식시장이 모두의 기대와는 다르게 진행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단연 금리 상승이 문제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해 8월 저점 이후 100bp(1bp=0.01%포인트), 연초 이후 50bp 이상 올랐다. 금리 수준 자체보다 속도가 이례적이다. 2010년 이후 3개월 안에 50bp 오른 경우는 이번을 포함해 네 번에 불과하다. 이번 금리 상승은 그야말로 발작에 가깝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는 인플레율이 높아져도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아 걱정할 것은 아니라고 했다. 또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하기 전 충분히 예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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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금리가 발작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하나는 금융시장이 미국 연준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다. 3월 내 미국 1조 9,00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경기부양책이 시행될 예정이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뿐만 아니라 최근 서비스 물가도 들썩이고 있다. 일시적이라고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의 물가 상승 압력이 2·4분기에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연준이 행동을 하지 않고 내버려둘수록 추후 인플레율은 더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번째는 1970~1980년대 이후 지속되었던 장기 금리 하락 싸이클이 끝났을 가능성이다. 즉, 이제 다시는 금리가 지난해 수준으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장기적인 자산배분 측면에서 이상 징후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저금리로 높은 주가수익비율(PER)이 정당화되던 ‘ARK Innovation ETF’·스팩(SPAC) 뿐만 아니라 가상화폐 가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금리 발작이 첫번째 이유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현재 물가 상승 압력은 경기 회복 초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주식시장 조정도 한두달을 넘기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주가 조정 폭이 컸던 성장주와 고PER 주식들에 대해 다시 한번 관심이 필요할 수 있다. 경기가 재개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실적이 좋아질 수 있는 산업과 기업들은 이러한 성장주에 대거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 이유라면 시장 충격은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금리 상승 국면에서 주식시장은 올랐다. 과거 미국 나스닥지수는 2000년 3월에 정점이었던 반면, 다우지수는 2000년 8월에 고점을 기록했다. 테크(Tech)를 제외한 여타 산업들의 주가는 2001년까지도 상승했다. 큰 그림에서 주도 업종이 바뀔 가능성은 존재한다. PER 부담이 없으면서 금리 및 물가 상승 국면에서 이익 마진이 개선될 수 있는 금융·에너지·소비재 기업들이 주목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연준에 대한 신뢰 문제일 가능성이 더 높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기에는 기술 격차에 의한 양극화 문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충분히 금리 발작이 진정됐다는 신호는 충분해 보이지 않지만 금융시장은 우려를 꽤 반영하고 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추가적인 발작의 여지는 높지 않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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