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이르면 다음 달 ‘재정운용전략협의회’를 출범해 중장기 재정 전략을 짠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으로 국가 채무가 966조 원에 육박하고 재정 적자 규모가 사상 최악으로 치달은 상황에서 지출 효율화 방안 등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15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재부는 국가재정법 시행령으로 설치됐던 재정전략협의회를 재정운용전략협의회로 재편한다. 최근 중장기전략위원회가 민간 자문 기구로 개편되면서 사라진 법적 근거를 새로 만들고 협의회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중장기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재정의 적극적 역할에 대한 요구는 커지고 있다”며 “재정운용전략협의회의 재정 운용 전략 및 혁신에 관한 협의·조정 기능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재정운용전략협의회에서는 △지출 효율화 △재정수입 확충 △중장기 재정 전망 및 위험 요인 점검 등 재정 혁신 및 재정 운용 전략에 관한 사항을 논의한다. 기재부 2차관이 위원장을 맡고 관계 부처 정부 위원과 민간 위원이 함께 참여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시행령 개정과 함께 민간 위원 섭외 작업을 벌이고 있다”면서 “다음 달께 공식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공식 출범 이전에 킥오프 회의 등을 열어 운영 방향을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
재정운용전략협의회 재편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기재부 내부의 분위기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이 협의회의 전신인 재정전략협의회를 ‘재정전략위원회’로 격상해 부총리를 위원장으로 두고 재정 개혁에 속도를 내려 했으나 탄핵과 함께 유명무실화됐다. 현재 재정 상황은 박근혜 정부보다 악화했다. 실질적인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박근혜 정부 말기인 지난 2016년 22조 7,000억 원에서 올해 126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같은 기간 -1.3%에서 -6.3%로 확대돼 역대 최악 수준이다.
재정전략협의회는 재정 준칙을 활용한 지출 효율화 방안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발표한 재정 준칙의 핵심은 오는 2025년부터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을 60% 이하, 통합재정수지 비율을 -3% 이하로 관리하는 것이다. 동시에 국가 채무 비율과 통합재정수지 중 한 지표가 기준치를 초과해도 다른 지표가 보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가령 국가 채무 비율이 66%로 기준치를 넘겼더라도 통합재정수지 비율이 -2.7%라면 산식에 따라 재정 준칙을 준수한 것으로 본다. 나랏빚이 급증했지만 지출과 재정수지를 우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셈이다. 앞서 안일환 기재부 2차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끝나면 늘어난 재정 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지출을 과감하게 구조 조정할 수 있다”며 “저성과 사업과 집행이 안 되는 사업, 한시적으로 지출을 크게 늘린 사업을 구조 조정하고 비과세 감면을 정비하는 등의 방식으로 수지를 개선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세종=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