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급등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민심이 들끓는 가운데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마저 ‘핵폭탄’급으로 올랐다. 공시가격은 보유세·건강보험료 등 60여 조세·행정 대상으로 활용되는 지표다. 이에 따라 세금은 물론 각종 준조세도 크게 인상된다. 이에 국민들이 정책 실패에 따른 세금 폭탄마저 떠안게 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5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올해 1월 1일 기준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보면 전국이 19.08% 상승했다. 14년 만에 최대 상승률이다. 전국 기준으로 현 정부 들어서도 두 자릿수 상승률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9.08%(전년 5.98%) 올라 20%에 육박했다. 지난해 행정수도 이전 이슈 등으로 아파트 값이 크게 들썩였던 세종은 무려 70.68%(5.76%)의 상승 폭을 기록했다. 19%도 전무후무한 상승률이지만 70%는 가히 ‘핵폭탄’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경기도가 23.96%(2.72%)로 세종에 이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 폭을 보였다. 이에 따라 시세와 공시가격의 차이를 나타내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올해 70.2%로 지난해(69.0%)보다 1.2%포인트 높아졌다.
공시가격 폭등으로 종부세 대상이 되는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전국 공동주택도 21만 가구가 늘어난다. 지난해 30만 9,361가구였던 9억 원 초과 공동주택은 올해 52만 4,620가구로 69.5%(21만 5,259가구)나 급증했다. 세 부담이 늘어나는 가구도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공시가 7억 원(시세 10억 원)인 공동주택의 경우 보유세가 지난해 123만 4,000원에서 올해 160만 4,000원으로 30%가량 증가한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집값을 올려놓고 결국 공시가마저 급등하게 했다고 지적한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책 풍선 효과로 실거래가가 오르면서 공시가격이 상승했다”며 “불합리한 조세 부담이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공시가격 현실화도 중요하지만 너무 급격하게 올랐다”며 “서울의 아파트 값이 평균 10억 원을 넘긴 상황에서 고가 1주택자의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LH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부는 단호한 의지와 결기로 부동산 적폐 청산 및 투명하고 공정한 부동산 거래 질서 확립을 남은 임기의 핵심 국정 과제로 삼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LH 직원의 투기 의혹 사건을 접하면서 국민은 사건 자체의 대응을 넘어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