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건과 관련해 부동산 감독 기구 설립 등 ‘적폐 청산’ 카드를 꺼내 들었다. 문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LH 사태에 대해 “국민께 큰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LH 사태가 터진 지 2주 만에 뒤늦게 사과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는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고자 최선을 다했다”고 자찬한 뒤 “부동산 부패 사슬을 끊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촛불’과 ‘적폐’의 이분법으로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에 나선 것이다.
정부 여당은 4·7 서울·부산시장 보선을 앞두고 발등의 불인 LH 사태를 진화하기 위해 연일 수습책을 쏟아내고 있다. 부동산감독청·주택부 신설 등 구호성 정책 일색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사유재산권마저 침해할 수 있는 토지 공개념 확대 방안을 또 들고나왔다. 국회에는 지분 쪼개기를 금지하는 도시정비법과 투기 수익의 3~5배를 벌금으로 부과하는 공공주택법 개정안 등 30여 개 법안이 쌓여 있다. 당장 LH 투기 행위에는 적용할 수 없고 실효성도 의심스러운 법안을 중구난방으로 쏟아내며 성난 민심을 달래보겠다는 꼼수에 불과하다. LH 사태는 공공 개발 만능주의에 따른 반시장 정책이 빚은 참사인데도 오히려 공공의 역할을 키우고 옥상옥 규제를 만든다면 역풍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와중에 편 가르기 증세는 도를 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전국의 공시 가격을 평균 19.08%로 급격히 올리면서 공시가 9억 원을 넘는 공동주택 보유자에게 ‘세금 폭탄’을 투하했다. 반면 전국 공동주택의 92.1%를 차지하는 6억 원 이하 주택 보유자의 재산세를 감면하겠다고 한다. 중산층 이상에는 징벌적 과세를 안기고 그 이하 계층에는 혜택을 주겠다는 전형적인 갈라치기이다. 여기에 적폐 청산, 촛불 혁명의 구호를 앞세워 반대 세력을 몰아붙이고 지지층 결집을 이끌어내겠다는 정략이 동원되고 있다. 하지만 증세와 잘못된 정책은 집값·전셋값 폭등으로 이어져 서민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든다. 올바른 정책을 제시하기는커녕 갈라치기 정치만 하는 정권에 더 이상 속지 말아야 한다.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