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 A씨가 17일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책임론”을 주장하자 여권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회견이 오는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대형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A씨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김태년 당 대표 직무대행과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A씨의 기자회견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며 직접적인 대응을 꺼렸다.
민주당은 약 20일 앞으로 다가온 4월 보궐 선거에 미칠 영향에 대해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A씨는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되는 것이 두렵다고 못 박았다. A씨는 "본래 (서울시장) 선거가 치러지게 된 계기가 많이 묻혔다고 생각한다"며 "피해 사실을 왜곡하고 상처주었던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됐을 때 저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든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야기한 민주당의 ‘원죄론’이 선거 막판에 LH 사태에 이어 대형 악재로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이 여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A씨가 당 차원에서 의원직 사퇴 등 구체적인 조치에 나서달라고 촉구한 것도 민주당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부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A씨는 이날 “남인순 의원으로 인한 상처와 사회적 손실은 회복하기 불가능할 지경이다. 반드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민주당에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며 “피해호소인이라는 명칭을 주도한 의원들에 대해 당 차원의 징계가 있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피해호소인 지칭을 주도한 3인방으로 불리는 남인순·진선미 의원은 박영선 후보 캠프에서 공동선대본부장을, 고민정 의원은 대변인을 맡아 선거를 진두지휘하는 중이다.
여권에 대한 야권의 공세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는 "양심이 있다면 피해호소인 3인방을 캠프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박영선 후보는 "가부장적인 여성 비하 발언"이라며 반박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180도 달라진 만큼 인사 교체 등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날 야권에서는 피해자 A씨의 요구를 즉각 수용하라며 여당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야당 여성의원들은 "박영선 후보가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한 남인순 의원을 캠프 선대본부장에 임명했다"며 "그동안 (박 후보가 )보여준 사과와 미안함은 모두 거짓말이었다"고 지적했다.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