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광을 알리는 데 세련미를 더한 ‘B급 감성’의 영상이 주효한 것 같습니다. 한류 스타를 내세우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 어색하지만 재미를 주는 스토리텔링이 해외 젊은 세대들에게도 통한 셈이지요.”
한국 관광 해외 홍보 영상 ‘한국의 흥을 느껴보세요(Feel the Rhythm of Korea)’로 유튜브에서 대박을 터트린 한국관광공사의 오충섭(사진) 브랜드마케팅팀장은 17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홍보 영상을 제작하면서 가장 고려했던 점은 ‘익숙함과의 결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오 팀장은 해외 홍보 영상을 주도한 공로로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가 함께 적극행정 우수자에게 수여하는 ‘적극행정 유공포상’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그는 “수상이 기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내 관광 업계가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죄송한 마음”이라고 조심스럽게 소감을 밝혔다.
이번 해외 홍보 영상은 지난해 7월 처음 올려진 후 유튜뷰·페이스북 등에서 총 누적 조회 수가 6억 뷰를 넘었다. 중독성 강한 퓨전 국악과 춤사위가 서울·부산·전주·강릉·목포·안동 등 6곳의 지역 배경과 어우러진 영상은 국내외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눈길을 끌었다.
그는 “식상한 한류 아이돌 영상 대신 맥락도 없어 보이지만 일상적이지 않은 B급 감성에 프리미엄 수준의 영상을 더해보자는 취지로 기획했다”며 “당시 별로 알려지지 않은 퓨전 국악 밴드를 기용한 것도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영상에는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범 내려온다’ 열풍을 일으킨 국악 밴드 ‘이날치’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참여했다. 한 달여간의 짧은 촬영 기간에 오 팀장 등 직원들은 직접 덕수궁, 삼성미술관 리움 등 현장 섭외에 나섰다. 그는 “손님이 뚝 끊긴 시장 일부에서는 섭외 퇴짜를 맞기도 했지만 보지 않는 영상을 만들어 세금 낭비를 할 수 없다는 생각만은 강했다”고 전했다.
한류 스타를 모델로 썼을 때보다 제작 비용이 3분의 1에 불과했지만 효과는 컸다. 다양한 모방(커버) 댄스와 ‘1일 1범’ 등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었다. 그는 “유튜브 서울편 영상에 댓글만 1만 3,000여 개가 달렸는데 관광 홍보 영상으로는 드문 일”이라며 “영상 공개 초기 수천 건에 달했던 외국인 댓글에 크게 고무됐다”고 말했다.
그는 인하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지난 1996년 한국관광공사에 입사했다. 인사·총무·홍보·한류 등 다양한 분야의 경력만큼 쌓인 것은 호기심이다. 그는 “독특한 발상의 원천은 호기심인 것 같다”며 “일상의 비(非)일상을 추구하는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홍보 영상이 6편으로 마무리됐지만 다른 소재를 이용해 후속작도 만들 계획이다.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로컬브랜딩’과 콘텐츠 업체와의 협업, 고객 경험 확장 등과 관련된 홍보 프로젝트도 구상하고 있다.
그는 “젊은 세대를 사로잡을 수 있는 캐릭터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이제는 국가 홍보물도 디지털 시대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욱 기자 hw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