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건설이 예고되면 은근히 지도를 펼치고 유혹하는 LH 직원도 있었습니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를 접한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이 사석에서 밝힌 말이다. 다른 의원은 “일이 터질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진즉부터 예견된 일이었음을 보여주는 발언들이다. 아니나 다를까 민주당 소속 의원과 직계 존·비속에 대한 불법 투기 의혹이 하루가 멀다 하고 제기되고 있다. 당 지도부는 ‘발본색원’ ‘부동산 적폐 척결’ 등 LH 사태와 관련 목소리를 키우고 있지만 예고된 참사에 ‘그간 무엇을 했느냐’는 책임론에는 모르쇠다. 의혹이 제기된 의원들에 대한 당원권 정지 등의 조치는 커녕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입장 표명조차 없다.
‘미안하다’와 ‘송구하다’는 말보다 ‘억울하다’는 하소연이 더 많은 것도 국민들을 당황시키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부동산 투기에서 국민의힘은 과거부터 전력이 화려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더 오랜 기간 집권해온 만큼 부동산 적폐의 몸체라는 인식이 배어 있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발언이다. 먼저 특검을 주장해도 정치적 공세를 통한 물타기 시도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시계를 1년 전으로 돌려보자. 민주당은 지난해 21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성추행 의혹만으로도 공천 탈락을 시켰다. 민심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즉각적이고 간명해야 한다’. 당시 총선을 지휘했던 이해찬 전 대표의 소신이다. 그랬던 민주당이 1년 만에 180도 달라졌다. 당 내부에서조차 “당이 관료화됐다”며 혀를 차고 있다. 특위를 만들고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논의하고 입법 절차에 따른 ‘공무원 식’ 일 처리에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LH 사태에 집권 여당이 할 일은 출범에만 최소 한 달이 걸리는 특검이나 야당과 공방이 불가피한 국정조사가 아니다. 당 소속 선출직 공무원이 의혹에 연루만 됐더라도 ‘읍참마속’을 실행해야 한다. 일종의 총선 공천 기준이 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의혹 제기 당일 밤 즉각 출당·제명됐다. ‘민심’을 멀리서 찾을 게 아니다.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