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서부 국경지대에 미 입국을 시도하는 이민자들이 20년 만에 최대 규모로 늘었다. 국경 장벽을 쌓을 정도로 이민에 대해 엄격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하고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자 이민을 희망하는 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 사람들이 국경으로 몰려들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미국에 입국하는 중미 출신 이민자들이 20년 만에 최대 규모라고 보도했다.
알렉한드로 마요르카스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국경을 통한 미국 입국을 시도하는 중앙아메리카 및 멕시코 출신 사람들이 작년 4월부터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서부 국경에서 지난 20년 사이 가장 많은 사람을 접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주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에 따르면 국경 요원들은 지난달 멕시코와 맞닿은 국경에서 이민자 10만441명을 체포하거나 추방했다. 2019년 국경 위기 사태가 벌어진 뒤 월 기준으로 가장 많은 이민 시도다.
마요르카스 장관에 따르면 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려는 이민자들은 성인 혼자인 경우가 가장 많은데 이들은 추방된다. 그러나 혼자서 밀입국하는 18세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은 돌려보내기가 쉽지 않다. 미국 정부는 이 어린이들을 보건복지부 보호시설로 신속히 옮기기 위한 공동처리센터를 세우는 한편 어린이들을 추가적인 쉼터를 마련하는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경순찰 관리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으로 거의 4,300명의 어린이가 미국 국경에서 구금됐다.
미 국토안보부는 멕시코,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 중미 국가의 가난, 폭력, 부패가 더 나은 삶을 찾으려는 이민자들의 미국행을 초래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두차례 허리케인에 따른 중미 국가의 생활 여건 악화가 이민자 급증을 부추긴 것으로 봤다.
올해 1월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남부로 밀입국하는 18세 이하 미성년자를 처리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매일 멕시코 등에서 미국으로 국경을 넘는 미성년자는 수백명이나 된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다음 달 말까지 갈곳없는 어린이들을 돌보는 데 필요한 침대들을 충분히 갖추게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미성년 이민자의 급증에는 미국 이민정책 변화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을 뒤집는 이민개혁법을 추진하는데 여기에는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유예'(DACA·다카) 대상자에게 즉시 영주권을 부여하고 3년 뒤 시민권을 신청할 기회를 주는 내용이 담겼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텍사스주 엘패소 국경마을을 방문해 이민자 폭증에 대해 "이 위기는 새 행정부의 대통령 정책 때문에 빚어졌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행정부는 멕시코와의 남부 국경에 장벽을 세우고 불법 이민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등 강력한 반 이민정책을 폈다.
/맹준호 기자 nex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