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일반

[영상]LH직원이 쏘아올린 고위 공직자 부동산 투기전쟁 10분 요약

신도시 후보지 발표 전 이해관계자…최소 10만명 이상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부터 터져왔던 부동산 불법 투기문제 40년째 반복

전문가들이 꼽은 3가지 근본적 쟁점 정리



부동산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들어본 유명한 말이 있죠? “고위 공무원들의 부동산 투자를 본받아라!”

고위 공무원이라면 ‘개발’되는 곳을 미리 알고 투자할 것이란 짐작에서 나오게 된 말인데요. 비밀스럽지만 공공연한 사실로 퍼져오던 고위 공직자의 부동산 부당 투기 문제. 이번 LH 땅투기 의혹으로 또다시 수면 위로 드러나며 안 그래도 부동산으로 잠 못 이루던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특히나 ‘공공임대’, ‘투기꾼 근절’을 한다며 공공 주도의 주택 개발이 정답이라고 외쳤던 정부의 사업주체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사람들의 원성과 허탈감이 말할 수 없이 큰 상황인데요. 왕버들나무 묘목을 맨 땅에 심어 값을 올리고, 시위하는 시민들 앞에서 ‘개꿀’이라며 조롱하는 등 매일 우스꽝스럽고 충격적인 내용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시흥시 과림동, 무지내동 일원의 토지 약 10개 필지(2만3,028㎡)를 매입한 LH직원 상당수는 LH에서 보상 업무를 담당해온, 간부급 직원들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신도시 사업부가 아닌 개발 발표 이후의 일을 담당하는 ‘보상 업무’팀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진 점으로 볼 때, 꼭 사업부가 아니더라도 개발에 대한 소식을 접할 수 있으며, 신입사원이 먼저 맡는 일이 ‘보상 업무’란 점으로 볼 때 사실상 LH에 근무하는 직원이라면 누구나 개발 정보를 미리 알고 있을 것이란 추측이 생길 수밖에 없겠죠? 또 서로 보증을 서고, 공동 매입을 했다는 사실로 봤을 때 회사 내 토지 투자가 성행하고 있으며, 1, 2기 신도시 개발 과정을 보며 노하우를 습득한 이들이 토지 보상 경험의 정보를 공유하며 땅 매입에 나서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신도시 개발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들, 도대체 얼마나 되는 걸까요? 다시 말해 사전에 개발 정보를 미리 접하거나 관여할 수 있는 사람들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요?







현재 LH에 근무하는 종사자는 1만여 명.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자녀, 증손, 부모와 조부모, 외조부모 등)을 포함하면 직원 1명 당 최소 5명, 총 5만 명입니다. 이번 2.24 정부 보도자료만 살펴봐도 국토교통부 공공택지기획과, 부산광역시 지역균형개발과, 광주광역시 도시정비과, 경기도 택지개발과, 광명시 도시계획과, 시흥시 국책사업과, 부산광역시 강서구 건축과, 광주광역시 광산구 도시계획과 등 8개 관계기관이 포함돼 있는데, 이를 3기 신도시 전체로 넓혀보면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과 택지면적 100만㎡가 넘는 과천지구, 안산 장상지구가 소재한 경기도와 인천광역시 및 9개 기초자치단체의 신도시 담당부서 공무원, 8개 광역, 기초자치단체의 도시공사 임직원까지. 거기에 국회의원, 지방자치 선출의원, 청와대 수석, 비서관, 행정관 등 직원까지 포함하면 최소 10만명, 아니 그 이상을 훨씬 웃돌 것으로 보입니다. 본인의 이름으로 거래하지 않고 차명이나 비밀 법인을 만들어 운용했을 가능성까지 둔다면, 그야말로 어디서부터 누구를 어떻게 조사해야할지 가늠조차 안되는 정도죠.



사실 이런 사전 비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기행위.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까운 예로 2018년 고흥 원흥지구 개발도면이 외부로 유출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LH직원이 원흥지구와 관련된 개발계획서를 LH 군 자문위원에게 메신저로 전송했고 이후 군 관계자들이 도면을 사진으로 촬영해 자료가 유출된 사건이었죠. 하지만 당시 관련 직원이 받은 징계는 ‘경고’ 수준이었습니다. (참고로, LH 규정에 ‘미공개 개발정보 이용 금지’ 조항이 있지만 지난 10년간 이 조항으로 처벌받은 직원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또 2019년엔 청와대 대변인이 대변인직을 맡은지 5개월 만에 대출 규제 발표 전 서울 노른자 재개발 땅(흑석동) 건물을 구입한 사실이 드러나 사퇴한 일이 있었죠. 그 사람은 이제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더 오랜 예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볼까요. 1980년 화성, 판교 지역이 수도권 신도시 개발후보지로 지목되면서 90년대 외지인들의 투자가 집중된 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외지인이 들어오기 이전인 80년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이 지역 토지를 매입해온 사람들은 정치인 및 고위층이었단 사실이 나중에 드러나게 됐고, 당시 고위직이 사전 정보를 매수해 투기를 한다는 ‘소문’이 사실임이 입증됐습니다. 93년도 문민정부에서 시작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에서는 수많은 고위 공직자(행정부, 사법부 내 장차관급 인사, 군 장성들)들이 투기성 불법, 탈법 부동산 거래와 보유가 밝혀졌고, 대거 옷을 벗는 일도 발생했죠. “권력층이라면 부동산 개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고 투자한다”는 사실은 더욱 더 공고해졌습니다. 이후 2000년부터 시작된 ‘인사청문회’에서는 고위직의 ‘부동산’ 투기 관련 의혹.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손님입니다. 40년이 지난 뒤에도 이런 정보의 불평등 문제는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죠.




부동산 개발 정보가 다른 투자 정보보다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그만큼 ‘부동산’이 갖는 힘의 크기가 크기 때문입니다. 자산의 70%가 ‘부동산’으로 이뤄진 대한민국에서 상위 10%만이 부동산의 70%를 소유하고 있고, 전체 인구 중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개인은 33.4%, 이중 상위 10%가 나머지 68.4%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 지금 이 부동산 불평등의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이 ‘불공정한 정보를 이용한 불법 투기’, 막을 수 있는 길이 있긴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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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전문가들은 무려 40년 이상 반복해서 불거져온 이 ‘공직자 불법 투기’문제가 근본적으로 ‘땅 장사’를 하는 공공 주도의 택지 개발 방식에서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동안 공공의 수용과 보상을 통한 ‘택지 개발’은 주택 공급의 효자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1980년 전두환 군부의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생겨난 ‘택지개발촉진법’은 ‘도시 지역의 주택난 해소를 위해, 저렴한 가격으로 택지를 개발 또는 공급토록 함’이 핵심 목표였습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1981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준공한 택지지구가 700여 곳 5억8,500만㎡입니다. 1시 신도시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신도시를 29개 만든 셈인데요. 당시엔 ‘한국토지개발공사’가 이 일을 맡았습니다. 한국토지개발공사가 택지개발 지구를 선정하고, 토지를 보상, 개발, 공급하면, (당시)‘대한주택공사’가 주공아파트 등 대규모 주택단지 조성 사업을 하고 분양을 내 일반에 나눠주는 시스템이었죠. 일부 업무가 겹치는 이유로, 그리고 공공기관 선진화를 이유로 2009년 두 기업이 합병해 지금의 LH(Land+House:토공과 주공)가 된 것이죠. 문제는 개발된 신도시의 집값이 뛰며 기존에 정보를 알고 각 땅을 사들인 사람들, 그리고 저렴한 가격에 택지를 개발하고 공급해야할 ‘공공’이 되려 ‘땅 장사’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소위 ‘땅 장사’는 개발되지 않은 땅을 사서 개발한 뒤 ‘호재’를 머금은 땅으로 바꾸어 비싼 값에 땅을 되파는 구조를 말하는데요. LH는 그동안 공공주택, 산업단지, 공공시설 등을 세우기 위해 수많은 택지를 조성해왔습니다. 택지 개발 과정에서 숱한 부동산 불법 투기가 밝혀지는 상황에서 택지 개발 방식이 과연 최적의 주택 공급 방식일까? 란 근본적인 의문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건 ‘보상제도’의 문제입니다. 현재의 보상 기준을 보면 주민공람일 기준으로 땅을 갖고 있으면 보상 대상이 되는데, 주민공람일 하루 전에 땅을 사도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개발될 택지의 주민공람일을 미리 안 내부자라면 얼마든지 그 시기에 맞춰 땅을 살 수 있는 겁니다. 이번 LH 사건의 의혹을 받고 있는 직원들도 값을 띄우기 위해 나무를 심어둔 점, 많은 양의 땅을 사기 위해 여러명이 공동 소유한 점을 살펴볼 때 ‘대토보상’을 목적으로 땅을 구입한 것으로 추측이 되는데요. 현재의 보상제도는 기본적으로 ‘현금보상’과 예외인 ‘채권보상’, ‘대토보상’ 방식을 갖고 있습니다. ‘대토보상’이란 토지보상금을 현금이 아닌 개발된 땅으로 지급을 하는 것으로 주거지역 60제곱미터 이상, 상업공업지역 150㎡ 이상, 녹지지역 200㎡ 이상, 기타 지역 60㎡ 이상의 토지여야 ‘대토 보상’이 가능합니다. 개발하는 동안 지주는 권리를 갖고 있게 되며 추후 해당 택지지구에 나오는 단독택지나, 근린생활용지로 공급받은 땅을 수억의 ‘프리미엄’을 붙여 사고 파는 행위가 가능합니다. 또 공익사업 시행자에게 양도할 경우, 양도차익은 양도소득세 세액감면에서 40%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더욱이 이번 3기 신도시의 경우, ‘대토 보상’을 활성화할 계획이었으며, 대토 리츠를 도입해 대토 보상자들이 리츠에 출자해 공동주택을 개발하는 것도 가능하게 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런 세부적인 내용을 미리 알고 있고 이를 이용했다는 점 역시 현재의 ‘보상제도’ 시스템이 어떤 허점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마지막으로 지목되고 있는 문제점은 ‘신도시 개발의 비밀주의’입니다. 신도시 개발지는 돈이 별로 되지 않는 땅이 개발 소식과 함께 ‘금싸라기 땅’이 되곤 하는데요. 신도시 예정지는 정부에서 발표와 동시에 하는 대상지 주민공람일 전까지는 비밀로 취급됩니다. 법에도 “주민 동의 의견청취를 위한 공고 전까지는 관련 정보가 누설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이런 ‘비밀조치’가 오히려 투기를 조장할 수 있으며, 일반인 입장에서는 마치 정부에서 ‘행운의 지역’을 뽑듯, 갑작스런 발표로 투자를 원하는 돈들이 더 몰릴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토계획이나 도시계획은 장기적으로 택지를 개발해 ‘공개주의’로 원칙을 바꾸고, 오랜 기간 토지거래허가제도 등을 통해 투기 여지를 사전에 차단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현재 정부의 3기 신도시는 택지 지정 이후 분양까지 최소 4년(2025년) 걸릴 것이라 주장하고 있어 더욱이 단기적 투기 행위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모든 문제들을 종합해볼 때, 지금의 주택 공급 시스템을 모두 바꿔야 해결되는 문제일까요? 더불어 근본적 이슈인 ‘정보 불균형’ 문제는 해소가 가능할까요?

이것 하나 만은 확실해진 것 같습니다. 정부가 그간 투기 세력 근절을 위해 ‘공공 주도의 주택 개발’이 답인 것처럼 얘기해왔지만, 결국 공공이 참여하면 모든 것이 투명하고 올바를 것이라는 전제도 투기 앞에서 기존과 다를 것 없다는 이상일 뿐이란 걸 말입니다. 정부가 그간 투기세력을 규제하겠다던 정책에 큰 허점이 드러난 셈이고, 민간을 배제한 공공주도의 주택공급이란 정책의 근간이 흔들리는 상황인데요.



정부는 재발방지대책으로 “부동산 관련 기관의 해당직원들이 원칙적으로 일정 범주 내 토지 거래를 제한하고, 불가피한 토지 거래의 경우 신고하도록 할 것이며, 재산등록 의무를 부과해 상시 감시할 수 있는 체제도 도입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이 드러날 경우 모두 추징하고, 부당이익은 몇 배 가중해 환수하는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사실상 처벌을 강화하고 투기 방지 입법을 우선적으로 진행하겠단 메시지인데요. 20대 국회에서도 LH직원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논의 없이 임기 만료로 폐지된 사례로 봤을 때 이번에도 ‘깜깜이 징계’로 그칠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닙니다. 현재 빙산의 일각만 드러난 상황에서 또다시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꼬리 자르기’식 처벌로 끝나는 게 아닌지 빙산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의미있는 논의가 이뤄지길 지켜봐야겠습니다.

/정수현 기자 value@sedaily.com, 이현지 인턴기자 hyunji1672@sedaily.com, 한상우 인턴기자 sw7015@sedaily.com


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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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미디어센터 정수현 기자 valu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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