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베스트 상호금융]인구 5만 시골 신협이 전국 1등... 포용·믿음·나눔 '삼박자'가 성장 밑거름

[베스트 뱅커-장성신협]

장성신협 직원들이 2019년 8월 14일 전라남도 장성군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기림의 날 평화음악회 및 촛불집회 행사를 위해 핸드프린팅으로 태극기를 그리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장성신협장성신협 직원들이 2019년 8월 14일 전라남도 장성군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기림의 날 평화음악회 및 촛불집회 행사를 위해 핸드프린팅으로 태극기를 그리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장성신협




아픈 배우자의 병원비가 급해 대부업체에서 1,000만원을 빌렸던 A씨. 급한 탓에 빌리긴 했지만 농사를 짓는 그에게 연 24%라는 고금리는 버겁기만 했다. 그러다 우연히 TV 방송을 통해 ‘신협 815 해방 대출’을 알게 됐다.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채무자의 대출을 중금리로 전환해주는 상품이었다. 혹시나 싶은 마음으로 가까운 신협을 찾은 그. 생각보다 손쉽게 8.15% 금리의 대출로 갈아탔다. 연 240만원이었던 대출 이자도 82만원으로 크게 줄었다. 다행히 배우자가 빠르게 회복했고, 대출금 조기 상환에 쓰고 남은 보험비도 통장에 쟁여 놓을 수 있게 됐다.



A씨의 삶에 웃음을 찾게 해준 곳은 ‘2021 대한민국 베스트 뱅커 대상’에서 ‘베스트 상호금융’에 선정된 장성신용협동조합이었다. 30년전인 1991년 고작 9명이 2,000만원의 출자금을 모아 창립한 곳. 농작물의 작황에 따라, 그리고 수확 계절에만 목돈이 들어오는 농촌에서 금융기관의 성장은 한계가 분명하다. 더욱이 단위조합원의 예탁금으로 운영되는 상호금융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장성신협은 달랐다. 창립 10여년 만에 자산 100억원을 넘어섰고, 신협중앙회에서 뽑는 우수 조합의 단골손님이 됐다. 30년 역사가 내리 흑자경영이었다. 지난해엔 총자산도 1,000억원을 돌파했다. 9명 뿐이었던 조합원도 5,665명까지 늘었다. 신협중앙회 종합경영평가 전국 경영 대상을 수상했던 것도 이런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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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5만이 채 되지 않는 작은 기초자치단체의 신협이 이리도 잘나가는 이유는 뭘까. 뻔하다면 뻔할 수 있지만 신협의 경영 슬로건인 ‘어부바(업거나 업히는 일을 이르는 말)’, 즉 포용적 금융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어부바 효 예탁금’이다. 가입자나 가입자 부모의 상해·사망 보험료 지급을 포함해 대형병원 진료 예약 대행, 치매 검사, 간병서비스 제휴 등이 포함돼 있는 상품이다. 먼 도시에 떨어져 있는 자식을 대신해 월 2회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직접 방문해 소식을 건네준다.사망보혐료 지급 때문에 가졌던 부정적 인식을 떨치고 이제는 인기상품이 됐다.

여기에 상호금융의 기본 철학인 지역공동체와의 신뢰 구축이 더해졌다. 그 한 방편이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폰 교육이었다. 노년층에게 디지털 시대는 감당하기 쉽지 않은 변화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대다. 노년층엔 고립의 시대인 셈. 하나둘씩 고립을 벗어나는 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통장정리를 해야만 마음이 놓였다는 67세 조합원 B씨는 이제 스마트폰 앱인 ‘온(ON)뱅크’를 통해 거래내역을 확인한다. 노년층을 위한 게이트볼 대회, 1사 1교 금융경제교육, 원어민 영어교실 등도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지역사회와의 동반성장, 그리고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공헌에서 항상 선두에 섰던 것도 성공 비결이다. 장성신협은 ‘소상공인 어부바 플랜’의 가맹정 8곳과 협약을 맺은 뒤 상권분석 지원 뿐만 아니라 홍보 대행과 물품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취약계층의 주거환경 개선을 비롯해 추운 겨울 행정복지센터에 이불과 마스크 기부, 경제활동이 어려운 가장이 이끄는 가정에 생활비 지원, 수재민 대상 재난물품 전달 등 지역사회의 온기를 지키는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김상훈 기자 ksh25th@sedaily.com


김상훈 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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