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가 반전에 거듭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국민의힘이 제시한 방향의 단일화 방안을 수용하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안 후보의 진정성을 문제 삼으면서 협상이 안갯속에 빠졌다. 그러다가 돌연 오 후보도 안 후보가 원하는 단일화 방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히며 상황은 더 꼬였다. 양측이 명분 챙기기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9일 안 후보는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세훈 후보가 요구한 단일화 방식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주말 조사에 착수하면 월요일(22일)에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시한을 제시했다. 안 후보는 지난 18일과 이날 오전 오 후보와의 비공개 긴급 회동을 통해 단일화에 대한 접점을 모색했다. 합의가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한 안 후보가 결국 국민의힘 요구안을 따르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기자회견 직후 갈등은 격화됐다. 국민의힘 실무협상단이 “안 후보는 오 후보와 김 위원장의 안을 모두 수용한다고 하면서 협상 실무자인 이태규 사무총장은 ‘적합도’ 부분을 빼고 다른 이야기를 한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와 협상 실무진 간 혼선부터 정리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오 후보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안 후보가) 말만 다 수용이지,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고 몰아세우면서 단일화 협상은 다시 안갯속으로 빠졌다.
하지만 오 후보가 돌연 상대의 요구안을 수용하겠다고 나서면서 협상은 다시 청신호가 켜졌다. 오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안철수 후보가 제안한 무선(전화) 100%(여론조사 방식을)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안 후보가 100% 무선전화를 통한 여론조사 방식을 고수한 가운데 오 후보는 ‘무선전화 90%와 유선전화 10% 혼합 ’ 방식을 두고 맞서왔다. 그런데 오 후보가 갑자기 안 후보의 입장을 수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안 후보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힘은 다시 (설문 문항에서) 경쟁력과 적합도를 50%씩 반영하되 응답자에게 둘 중 한 항목만 물어보자는 제안에, 김종인 위원장이 요구한 유선전화 10% 포함이 당의 입장이라고 한다”며 “참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것도 수용하겠다”고 또 양보 의사를 보였다. 이어 “제가 다 수용한다고 했으니 취소하신 실무협상단이 다시 즉시 가동되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정치권은 두 후보의 양보 싸움을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수 싸움으로 해석했다. 안 후보가 먼저 양보하자 허를 찔린 오 후보 측이 반발하고 더 큰 양보안을 내놓으면서 실리와 명분까지 챙기겠다는 셈법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양측은 이날 공식 선거운동 전날인 오는 24일까지 협상을 끝낸다는 원칙은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양당 실무협상단은 주말(20~21일)에는 담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주말에는 실무 협상을 마쳐야 22~23일 여론조사를 하고 24일 단일화를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