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시장
지난주 뉴욕 증시는 국채 시장의 불안 속에 하락했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약 0.5% 내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은 0.8%가량 떨어졌다.
시장은 미 금리 동향과 은행 자본규제 완화조치 종료, 미·중 고위급 회담 등을 주시했다. 연준이 장기간 저금리 유지 방침을 재확인했지만, 국채 시장의 불안감이 여전하다.
인플레이션 전망을 두고 시장이 연준과 맞서는 양상이다. 연준의 공언과 달리 물가가 지속 상승할 것이란 우려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채권시장이 연준에 반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은 등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
여기에 연준이 SLR(보완적 레버리지 비율) 완화 조치를 예정대로 오는 31일 종료한다고 밝힌 점도 불안감을 더했다. SLR 완화 조치는 은행이 보유한 국채와 지급준비금을 필요 자기자본 산출 대상에서 제외해 주는 것이다. 이 조치가 종료될 경우 은행이 비용 부담으로 국채를 내다 팔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돼왔다.
◇채권시장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지난주 9.5bp 올랐다. 국채수익률과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시장의 기대와 달리 연준이 규제 완화를 예정대로 이달 말 종료키로 해 미 국채수익률은 장중 상승 압력을 받았다. 다만 선반영됐다는 인식도 있어 결국 전일 수준를 유지했다.
국채 수익률은 19일(현지시간) 한때 1.75%를 웃돌며 14개월 이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캔토 피츠제럴드의 저스틴 레더러 국채 분석가는 "연준의 움직임은 이미 시장이 반영됐다"며 "지난 몇 주 동안 딜러들의 국채 보유 규모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에 이미 이런 일을 예상했으며, 실제 헤드라인은 소음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재니 몽고메리 스콧의 가이 르바스 최고 채권 전략가는 "최근 몇 주 동안 일부 은행들이 면제 조치 종료를 준비하면서 국채를 매각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오늘 뉴스는 새로운 매도 압력보다는 심리적으로 더 중요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BCA 리서치의 리안 스위프트 미 채권 전략가는 "국채수익률 후퇴는 그다지 놀랍지 않다"며 "궁극적으로 지금 보는 것은 2023년 말 이전의 몇 차례 금리 인상을 내포한 시장 가격과 2024년이 돼야 금리 인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연준의 전망 사이에 감돌고 있는 큰 긴장감"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주 미 재무부는 600억 달러 규모의 2년물, 610억 달러의 5년물, 620억 달러의 7년물 입찰에 나선다. 최근 변동성 장세가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외환시장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 주 0.37% 올랐다.
외환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유럽을 중심으로 다시 확산할 조짐을 보인다는 점을 주목했다. 프랑스가 파리를 포함한 수도권의 봉쇄 조치를 강화하면서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은 아스트라제네카(AZ)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재개하기로 했다.
ING는 "미국의 SLR 면제가 연장되지 않았다는 소식에 달러화는 미 국채 수익률 상승을 통해 약간의 지지를 받았다"고 진단했다. 코메르츠방크의 외환 분석가들은 "분명히 대다수의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의 신중한 접근이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이것이 경제 회복을 지지한다고 본다"면서 "이는 장기적인 경제 전망을 개선해 장기금리 상승세뿐만 아니라 달러화 강세도 정당화한다"고 지적했다.
◇원유시장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지난 주 6% 넘게 하락했다.
원유시장 참가자들은 중동 지역 정세와 유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등을 주시했다. 후티와 사우디 간 무력 갈등이 지속하는 상황이라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유럽의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부담은 지속했다. 독일 등 다수 국가에서 감염이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3차 유행' 우려가 큰 상황이다.
◇주간전망
이번 주(22~26일) 뉴욕증시는 미국 국채금리 동향을 주시하는 가운데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여러 차례 등판할 예정이라 금리의 변동성이 클 수 있다.
연준이 장기간 저금리를 유지할 것이란 방침을 거듭 확인했지만, 시장의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미 국채금리는 파월 의장 등 연준이 완화적 견해를 표하면 하면 잠시 반락했다가도 이내 다시 급등하는 흐름을 반복했다.
연준이 일시적 인플레이션을 공언하는 것과 달리 시장은 물가의 지속 상승을 예상하며, 금리 인상도 연준의 현 계획보다 빠를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는 양상이다. 어느 정도 물가 과열을 허용하겠다는 연준의 입장이 오히려 인플레에 대한 불안을 더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번 주에도 이런 상황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월 의장은 주초부터 토론과 의회 증언 등으로 잇따라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오는 22일에 국제결제은행(BIS) 서밋에서 토론하며, 23일에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함께 하원에서 증언한다. 24일에는 상원에 출석한다.
하지만 지난주까지의 상황을 볼 때 파월 의장이 금리 상승세를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파월 의장의 발언에 금리가 일시적으로 반락하더라도, 재상승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은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과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등 다른 주요 인사들의 발언도 쏟아지는 만큼 금리의 변동이 커질 수도 있다. 연준 인사들은 대체로 금리 상승에 대해 경제 전망의 개선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입장을 표한 바 있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