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3년간 반도체 인재 7,000명 필요한데...정부는 "대기업 일"이라며 뒷짐

■글로벌 제조업 지각변동-반도체 <3> 심각한 인력난

정부 "도와줄 필요없다" 언급

2017년과 2018년 지원 전무

기업들 인재양성에 타격 입어

선진국과 경쟁서 불리한 상황





“한국 반도체 회사 가운데 인력에 여유가 있다는 곳은 없습니다. 정부는 연간 1,500명이 부족하다는 통계를 내놓기도 했는데 업계에서는 향후 3년 안에 최소 7,000명은 더 필요하다고 합니다.”



21일 서울경제가 만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하며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모두 고민하는 지점인 ‘인력난’에 대해 털어놓았다. 흔히 첨단 기술의 결정체로 꼽히는 반도체는 그 어떤 제조업보다 전문 인력이 필요한 분야다. 지난 1974년 설비나 기술에서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이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후 수십 년이 지나 메모리반도체 1위 기업을 보유한 국가가 된 것도 결국은 전문 인력 확보 경쟁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40여 년이 흐른 지금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전문 학사부터 석·박사에 이르기까지 학위 수준을 불문하고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최악의 취업난이 닥친 시기에 기업이 사람이 없어서 발을 동동 구르는 난처한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상황만으로는 한국 반도체 업계가 겪고 있는 인력 부족의 고통을 절대 설명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대신 근본적 요인은 정부가 반도체 산업과 거리를 뒀던 2017년과 2018년의 실기(失機)에 있다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이 시기에 정부는 왜 갑작스럽게 1998년부터 빠짐없이 추진해왔던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을 멈추게 된 것일까.



“반도체가 대기업이 하는 사업이라는 이유 때문이었죠. 먹고살기 힘든 중소기업도 아닌데 정부 돈 들여서 도와줄 필요가 없다는 시각이 당시의 분위기였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회상했다. 대기업 또는 대기업의 협력 업체가 정부 지원의 수혜자가 되면 안 된다는 당시 정부의 방침은 완고했다고 이 관계자는 털어놓았다. 잦은 정부 조직 개편과 정권 교체기마다 오락가락하는 산업 정책도 인력 부족의 원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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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말 관계 부처 합동으로 작성한 ‘시스템반도체 핵심 인력 양성’ 문서에도 ‘2017~2018년 반도체 분야의 정부 신규 사업이 전무하다’고 기록돼 있다. 정부 스스로 1998년부터 2011년까지 총 2,476억 원을 들여 자동차·휴대폰용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기술 개발이나 인력 양성에 힘을 쏟아왔지만 이 이후에는 이어지지 못했다.

그 결과 반도체 업계는 기술 패권을 두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강대국들 사이에서 ‘민간’의 힘으로 버텨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특히 ‘잃어버린 2년’은 오로지 정부만 제어할 수 있고 연속 집행이 필수적인 인력 양성 부문에 치명타를 날렸다. 반도체 학사 이상의 인력을 배출하는 과제는 대학 정원의 조정이라는 정부 규제와도 엮여 있기에 삼성이나 SK가 아무리 돈을 들여도 해결할 수 없다. 일례로 정부가 부랴부랴 인력 양성을 약속하며 올해부터 신입생을 받은 연세대(시스템반도체공학과)와 고려대(반도체시스템공학과)에서 졸업생이 나오려면 최소 오는 2024년은 돼야 한다. 선진국들은 민간이 끌고 정부가 밀면서 인력 양성과 기술 개발에 힘을 쏟는 반면 한국만 ‘외끌이’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불리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그럼에도 업계는 이제라도 정부가 키를 쥐고 시스템반도체, 인공지능(AI) 반도체 등에 대한 인력 양성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발표한 시스템반도체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올해와 내년 실무 교육, 산학 연계 등을 집중적으로 지원해 만성적인 인력 부족을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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