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사모채 발행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최근 국고채의 금리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신용도 노출 없이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해 두려는 기업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됩니다. 채권의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요예측 참여가 부담스러워진 투자자들도 사모채 시장을 찾는 모습입니다.
회사채 시장에서는 분기말을 앞두고 AA등급 중심으로 스프레드(국고채와의 금리 차)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고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추후 채권의 평가 손실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커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회사채는 국고채 대비 유동성이 떨어지는 만큼 금리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중공업(010140)은 3년 만기 사모채 1,500억 원 어치를 발행해 운영자금을 조달했습니다. 올 들어 벌써 4번째 발행입니다. 삼성중공업은 조선 산업 내 공급 과잉 구조가 이어지면서 상선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2016년 이후 공모 시장에 발길을 끊었습니다. 회사는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6.7% 줄어든 6조8,600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손실은 7,664억 원, 순손실은 1조2,029억 원입니다. 이달 초 스웨덴 스테나와 시추설비 건조계약 해지 계약에서 패소하면서 4,630억 원을 반환해야 하는 등 추가 손실 반영도 불가피해졌습니다.
만기를 늘린 대신 금리는 지난달 발행한 2년물(3.8%) 대비 40bp(1bp=0.01%포인트) 높은 4.2%로 결정됐습니다. 민평등급금리로 보면 A-급(2.53%)~BBB+급(5.17%) 중간 정도 수준으로 비싼 수준은 아닙니다. 삼성중공업이 가장 최근까지 보유했던 신용등급은 BBB+로 이마저도 2018년 소멸됐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크게 떨어진 메가박스중앙도 1년 만기 사모채 200억 원 어치를 발행했습니다. 메가박스는 지난해 이후 줄곧 신용보증기금에서 지원하는 채권담보부증권(P-CBO)에 의존해 운영자금을 조달해왔는데요. 금리가 높아 추후 캐리트레이드(금리 차에 따른 수익 실현) 매력이 큰 저신용 회사채 수요에 힘입어 1년 여 만에 자체 발행에 성공한 모습입니다. P-CBO는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를 직접 발행하기 어려운 기업들의 채권을 한데 모아 신용보증기금의 신용도를 씌워 발행하는 유동화증권입니다.
발행 금리는 2.55%로 BBB+등급(3.30%)과 A-등급(1.77%) 중간 정도로 결정됐습니다. 3년물을 2% 초반에 발행한 P-CBO 대비 다소 높아졌지만 자체 조달에 성공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네요. 이밖에 장금상선(50억 원), 대유에이텍(002880)(50억 원), 동부건설(005960)(250억 원), AJ네트웍스(095570)(50억 원), SK디앤디(210980)(1,300억 원) 등도 최근 사모채 시장을 찾아 자금을 확보해 갔습니다.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