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백신 여권, 불평등 초래" EU국가들 설왕설래

고령층 우선 접종으로 세대간 불평등도 우려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 백신/AP연합뉴스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 백신/AP연합뉴스





유럽에서 여름 관광철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이른바 '백신 여권'이 불평등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오는 25∼26일(현지시간) 정상회의에서 EU 내에서 자유로운 이동을 쉽게 하기 위한 '디지털 그린 증명서'를 논의할 예정이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았거나 최근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경우와 코로나19 감염에서 회복돼 항체를 가진 EU 거주자에 증명서를 발급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유럽 내 코로나19 백신 접종률과 백신 공급량을 생각할 때 백신 여권을 둘러싼 국가별 희비가 나타날 것이라고 미국 CNN 방송이 21일 보도했다. 우선 유럽 내 자유로운 여행에서 세대별 차이가 나타날 공산이 크다. 유럽 각국은 코로나19 위험에 취약한 고령층에 우선해서 백신을 접종하고 있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백신을 맞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건강, 생활 등에 관한 소비자 잡지 편집자였던 케이 매킨토시는 CNN에 "올해 여름까지 50세 이상 연령층만 백신을 맞을 것"이라며 "그래서 (백신 접종에 대한) 젊은이들의 반발이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경제적 궁핍, 집값, 학자금 대출 등으로 인한 세대 간 불평등이 백신 여권의 등장으로 심화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전망이다.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출신의 청년 노르베르트 히디(24)는 백신 여권에 대해 "솔직히 말하면 불평등하다"며 "우리 대부분은 여름까지 접종을 못 할 것이고 그것은 술집이나 식당 등에 자유롭게 갈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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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을 맞지 못할 경우 자유로운 여행 및 이동에 코로나19 음성 확인서가 필요하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봉쇄 조처로 경제적 타격을 받은 이들이 많은 상황에서 음성 확인 비용이 부담이 될 수 있다. 영국에 본부를 둔 관광업체에서 일하는 브라이언 영은 "보다 싼 (코로나19) 검사 선택권을 도입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지금 시행 중인 PCR(유전자증폭검사)은 일부 여행자를 단념시킨다. 특히 여행할 때 여러 차례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경우 그렇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EU 27개 회원국의 백신 접종 속도에 차이가 나면서 국가별로 백신 여권 상황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독일, 벨기에 등 일부 국가에서는 백신 여권이 불평등을 초래할 것이라는 걱정이 나온다고 CNN이 전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EU 평균보다 높은 헝가리 관리들도 EU 집행위원회가 EU 전역에 대한 백신 공급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헝가리 총리실의 게르게이 굴리아스 비서실장은 "누구도 EU로부터 증명서를 기대하지 않는다.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백신이다"라며 백신 여권 논의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유럽 내 많은 국가에서는 그동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공급 지연 및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 등으로 백신 접종이 계획보다 더디게 진행됐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는 최근 코로나19의 제3차 유행으로 다시 봉쇄 조처를 강화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백신 접종의 불평등을 이유로 백신 여권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이달 8일 브리핑에서 백신 여권이 윤리적이고 실용적 차원에서 국제 여행에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전 세계적으로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현재 허가된 백신의 접종 면역력이 얼마나 오래가는지 아직 모르는 데다, 관련 자료가 여전히 수집되고 있다"며 백신 여권 전략이 특정한 이유로 백신 접종을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불공평하다고 강조했다.

/이지윤 기자 lucy@sedaily.com


이지윤 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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