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뒷북비즈] 포스코는 정말 미얀마 군부와 손 잡은걸까

포스코인터·미얀마 정부 공기업, 가스전 공동 개발

매년 수익금 발생…투자 회사에 지분 대로 지급 중

미얀마 군부에 수익금 흘러들어가는 지 확인 어려워

미얀마 포스코강판, 13년 당시 군부 소유 기업과 합작

17년부터 배당 중지, 상황 따라 사업 재검토도 고려

13~16년 4년 간 배당금 지급됐는지 등 따져볼 필요





포스코의 자회사인 포스코 강판과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이 미얀마 군부와 직간접적인 사업 관계를 맺고 자금을 대고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사실이라면 우리 기업들이 의도했든 아니든 미얀마 군부의 시민 학살을 지원하는 ‘돈줄’ 역할을 했다는 것인데요. 그러나 업계에서는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양측 입장을 사안 별로 살펴봤습니다.

포스코 측이 군부와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는 곳은 미얀마 시민단체 ‘저스티스 포 미얀마’와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 시민사회단체’ 등 입니다. 편의상 이들을 시민단체로, 반대편은 산업계로 지칭하겠습니다.

포스코인터의 미얀마 가스전 사업 자금, 군부 통제 기업으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미얀마 해상 가스전 시추, 생산을 위해 건설한 플랫폼의 플레터타워에서 화염이 치솟고 있다./미얀마=연합뉴스포스코인터내셔널이 미얀마 해상 가스전 시추, 생산을 위해 건설한 플랫폼의 플레터타워에서 화염이 치솟고 있다./미얀마=연합뉴스


익히 알려진대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사업은 연간 영업이익 3,000억 원 이상을 담당하는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가스전 사업의 시작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 서부 해상 A-1 광구 생산물 분배 계약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미얀마 가스전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2000년 당시 미얀마 가스전 사업은 포스코인터내셔널에게 불확실한 도박에 가까웠습니다. 수익성이 장담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14년부터 본격적인 수익이 나기 시작했고 현재까지 국내 민간기업이 해외에서 개발한 최대규모의 자원개발 사업으로 평가받습니다.
시민단체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2004년부터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한국가스공사는 미얀마 전력에너지부 산하 공기업(MOGE) 등과 미얀마 슈웨 가스 개발 사업을 벌였다고 합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가스전 개발로 수익이 나면 MOGE와 수익을 나눠갖는 구조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MOGE가 최근 쿠데타 이후에는 군부 통제에 놓이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즉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미얀마에서 석유가스사업을 진행하는 한 MOGE에 일정 금액을 대금으로 지급해야 하고 이는 군부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입니다. 이 외에도 시민단체는 가스전 개발 당시 미얀마 군의 인권침해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산업계 설명은 다릅니다. 미얀마 가스전 개발 사업은 포스코인터내셔널과 MOGE만 참여한 게 아닌 한국가스공사, 인도국영석유회사(OVL), 인도국영가스회사(GAIL) 등 다국적, 다기업이 참여해 지분 구조에 따라 수익금을 배분하는 구조로 짜여졌다는 겁니다.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참여하는 사업 구조인 만큼 포스코와 군부 정권이 결탁해 수익금을 배분하는 건 애시당초 어려웠다는 설명입니다.
또 미얀마에서 사실상 임시정부 역할을 하는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가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 세력이 MOGE를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데 이는 억지라는 설명입니다. MOGE가 미얀마 정부 부처인 전력에너지부 산하 공기업이라고 해서 이곳에 들어가는 가스전 개발 수익금이 군부의 자금줄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주장은 논리적 비약이라는 것인데요. 업계 관계자는 “시민단체 측 논리에 따르면 MOGE는 민주화 세력이 미얀마 정권을 잡고 있을 때에도 군부의 자금을 대는 기업이어야 했는데 그때는 가만히 있다가 왜 지금 와서 문제라고 지적하는지 모르겠다”며 “민주화 정권 때는 ‘좋은 회사’였던 MOGE가 현 군부 정권에서는 ‘나쁜 회사’로 돌변해 포스코 인터내셔널이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말인데 이치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양측의 주장을 들어보면 관건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개발 수익이 군부로 흘러들어 갔는지 혹은 앞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는 시시비비를 가리기가 어렵습니다.
포스코강판(058430)은 미얀마 군부 소유 기업에 자금줄 역할을 했나


2013년 포스코강판과 당시 미얀마 정부 관계자가 '미얀마포스코강판' 생산라인 착공을 위한 합작계약서에 서명하고 있다./사진제공=포스코강판2013년 포스코강판과 당시 미얀마 정부 관계자가 '미얀마포스코강판' 생산라인 착공을 위한 합작계약서에 서명하고 있다./사진제공=포스코강판


포스코는 미얀마에 자회사인 포스코강판을 세우는 과정에서 미얀마 군부 소유 기업인 미얀마경제홀딩스(MEHL)와 합작사를 만들었습니다. 시민단체는 이를 두고 소수민족을 학살하는 등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미얀마 군에 포스코가 재정적으로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문제를 제기합니다.

산업계는 포스코강판이 군부를 지원할 의도를 갖고 협력사를 세울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봅니다. 미얀마 시장이 아무리 매력적이어도 군부가 학살 등을 자행하는 걸 알고 또 자금이 해당 행위에 지원될 걸 알고 포스코가 합작사를 차릴리 없다는 설명입니다. 앞서 포스코는 이에 대해 “MEHL에게는 2017년부터 일체 배당을 중지했고 상황에 따라 MEHL과 사업관계 재검토도 고려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양측의 주장을 살펴보면 2017년이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2017년 이전까지는 미얀마 포스코강판 사업에 수익이 났다면 이에 따른 배당이 진행됐다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해당 자금은 미얀마 군부 소유인 MEHL에 흘러들어갔을 수도 있습니다. 포스코강판이 미얀마 정부의 승인을 받아 MEHL과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한 건 2013년 9월입니다. 즉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포스코강판과 MEHL이 세운 합작사에서 수익이 발생했다면 지분에 따라 자금을 배분했을 수도 있는 겁니다. 다만 해당 기간에 실제 수익이 났는지, 수익을 배분했다면 군부로 흘러갔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포스코강판의 미얀마 사업이 당시 군부를 도왔는지 등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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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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