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높아진 가격에 경기 민감주에 대한 접근이 망설여지고 금리 노이즈에 성장주에 대해서도 선뜻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매수 버튼에 손대면 명확한 단점이 튀어 오르는 난처한 구간이지만 이익 모멘텀과 수급 환경에 비춰볼 때 올 상반기까지 경기 민감주에 대한 비중 확대 전략이 유효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경제 대표 종목을 모아둔 KRX BBIG K-뉴딜지수는 지난 2월부터 이날까지 9.4% 하락해 3,233.43에 종료했다. 성장주는 고전하는 반면 민감주는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코스피의 철강·금속, 은행, 기계 업종 지수는 지난달부터 이날까지 각각 17.9%, 15.6%, 6.4% 반등했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 흐름이 관찰된다. 테크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지난달 1만 4,000선을 넘긴 뒤 내리막을 타며 1만 3,300선까지 흘러내렸다. 그에 반해 민감주 비중이 높은 다우지수는 이달 18일 사상 최고치인 3만 3,227.78을 찍은 뒤 그 근방에서 머무는 중이다.
가치주가 확실한 대세로 등극한 모습이지만 투자자의 고민은 간단하지 않다. 상승 추세가 오래 유지됐다는 것은 곧 상승 여력이 줄어들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민감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9.7배로 꽤나 비싸졌다. 국내외 대표 성장주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축소된 점도 가치주의 독주가 얼마나 지속될지 불안감을 키운다.
투자자의 저울질이 이어지고 있지만 올 상반기까지 가치주의 활약이 돋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의 눈길이 실적에 쏠리는 상황에서 민감주가 더욱 뚜렷한 이익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고 금리 리스크에서도 자유로워 수급도 안정적으로 뒷받침될 것이라는 평가다. 김성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익·수급의 우위에 힘입어 상반기까지 민감주의 상승이 계속될 것”이라며 “이익 모멘텀의 둔화 시그널을 확인한 뒤 차익 실현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1분기 어닝 시즌이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스타일별로 온도 차가 분명했다.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개월 간 석유·가스 업종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88.2% 상향 조정됐고 조선(37.7%), 보험(18.8%), 해상운수(16.6%), 디스플레이(7.7%) 반도체(5.0%) 업종 등 민감주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같은 기간 제약(-13.3%), 게임소프트웨어(-2.6%), 온라인 쇼핑(-2.0%), 정보기술(IT)서비스(-1.9%) 업종의 영업이익 예상치는 하락했다.
경기 회복 열기가 기대 이상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기저 효과에 따른 착시를 넘어 이번 3월 국내 월간 수출액이 역대 최고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338억 7,000만 달러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인 2017년 9월 1~20일 기록(300억 1,000만 달러)을 넘어섰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수출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으며 구경제 업종이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