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를 들고 피해자를 위협했다면 피해자가 공포를 느끼지 않았더라도 특수 협박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4일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음주 운전과 무면허 운전, 특수 협박 등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특수 협박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난 2019년 4월 경남 거창군의 한 도로에서 무면허에 술을 마신 뒤 차량을 운전했다. A 씨의 차량을 보고 음주 운전을 의심한 B 씨가 A 씨의 차를 가로막자 A 씨는 90㎝ 길이의 알루미늄 파이프를 들고 차에서 내려 B 씨를 향해 욕설을 했다. 이를 본 B 씨는 곧장 차를 후진했다.
1심 재판부는 A 씨에게 적용된 음주 운전과 무면허 운전, 특수 협박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A 씨의 위협은 당황스러운 정도였으며 차량을 뒤로 뺀 이유도 파손을 피하기 위해서였다”는 B 씨의 진술을 토대로 협박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알루미늄 파이프를 들고 다가오는 행위를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피해자들에게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며 “이를 단순한 욕설 또는 일시적 분노의 표시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B 씨의 진술에 대해서도 “A 씨가 해악을 고지하고 피해자들이 그 의미를 인식한 이상 피해자들이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켰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협박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한민구 기자 1mi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