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인권을 내세워 북한을 압박하자,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저강도 무력시위로 맞섰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북한의 반인권 범죄 행위를 규탄하고 책임 규명을 촉구하는 내용의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한 23일(미국 현지시간), 북한이 지난 주말 동안 단거리 미사일을 여러 발 발사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랐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이날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을 표결 없이 합의(컨센서스)로 결의했다. 인권이사회에서는 결의안이 지난 2008년 이후 매년 채택되고 있으며, 지난 2016년부터 표결 절차도 없이 컨센서스로 진행됐다.
미국은 이날 3년 만에 공동제안국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유엔 인권이사회에 탈퇴했으나,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곧바로 유엔 인권이사회에 복귀했다. 나아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국제무대에서 여러 차례 북한 인권결의안 지지를 촉구하며 인권의 가치를 수호하는 동맹국과의 연대를 강조해왔다.
한국은 지난 2019년부터 3년 연속 결의안의 공동제안국 명단에 참여하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23일 이와 관련해 "정부 입장은 기존과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그렇게 입장을 정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만큼 한반도 정세를 고려해 공동제안국에서 제외된 채 컨센서스에만 참여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로이터통신 등 회신은 북한이 지난 주말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WP는 23일(현지시간) 북한 관련 복수의 인사를 인용해 지난 21일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여러발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2명의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이 지난 주말 두 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쐈다고 보도했다. 미사일은 평안남도 온천에서 서해상으로 발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을 두고 유엔 안전보장이상회 결의에 걸리지 않는 선의 저강도 무력시위라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유엔 안보리가 불법으로 규정하는 탄도미사일이 아닌 단거리 지대함 순항 미사일로 추정된다. 미국 고위당국자도 23일(현지시각) 언론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다양한 무기시스템을 실험하는 것이 통상적인 연습으로 유엔 안본리 결의 위배기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우리 군은 아예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발표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순항 미사일이어도 가볍게 보면 안 된다는 전문가 지적도 나왔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21일 발사한 것이 북한 조선로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 가지고 나왔던 신형 지대함 순항 미사일이 맞다면 일단 외형상 지난 2017년 발사한 것과는 다르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차량만 보더라도 모두 궤도형이지만 이번 것의 전장이 훨씬 더 길고 크다. 탑재한 발사관의 직경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길이가 길어졌다는 점에서 고체연 료의 양이 증가해 사거리가 길어졌을 것”이라며 “발사관도 4개에서 8개로 늘어났다는 점에서 그만큼 동시다발로 공격하는 능력이 향상되어 대응을 어렵게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비행 경로나 진입 시 고도의 변경 능력 등 기술적으로 향상된 부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미 북한이 제8차 당대회에서 언급한 바처럼 국가방위력 강화 차원에서 새로운 무기 개발을 통한 무력의 현대화를 북한 자신들의 계획표대로 이행해 나가는 것”이라며 “북한은 앞으로도 계속 (도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