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동연구진이 환자-치료자 간 상호작용이 침 치료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과 관련 메커니즘을 뇌 과학적으로 규명했다. 향후 뇌 영역을 조절해 침 치료 효과를 증대시키는 새로운 융합치료기술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침 치료 효과 증대기술 개발을 위해 하버드 의대와 침 치료에 관련된 뇌, 척수 등 중추신경의 메커니즘 규명 연구를 수행해 만성요통환자와 정상인간 뇌 구조 차이, 침 치료받은 환자의 뇌 구조 변화 등을 밝히며 한의학 치료의 과학적 근거를 마련해왔다고 24일 밝혔다.
연구팀은 보다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 새로운 융합치료기술을 개발 하고자 환자와 치료자 간 상호작용에도 주목했다.
임상현장에서 환자와 치료자 간 상호작용이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아직 이를 뒷받침할 만한 신경생리학적 근거는 부족한 실정이었다.
이에 연구팀은 환자-치료자 간 상호작용의 효과를 뇌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임상 연구를 기획·수행해 오고 있으며 특히 지난해 말 첫 단계 임상실험에서 환자와 치료자간 상호작용이 실제 침 치료 효과와 상관성을 갖는다는 사실을 밝히며 후속 연구를 위한 기반을 다졌다.
연구팀은 상호작용에 의해 변하는 뇌 반응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기 위해 두 대의 MRI를 동기화한 후 환자와 치료자 각각의 뇌를 동시에 측정·분석하는 하이퍼스캔 기술을 활용했다. 피험자 별로 한 번씩 촬영하던 기존의 정적인 실험방법에서 나아가 두 대의 MRI를 동기화해 두 피험자의 뇌 반응을 동시에 측정하는 뇌기능영상 하이퍼스캔 기술을 활용했고 나아가 AI 기반의 표정 및 감정 분석 방법을 적용했다.
또한 환자와 치료자가 각각의 MRI에 설치된 카메라와 모니터를 통해 상대방의 표정, 눈빛 등을 보며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게 했다.
실험에는 최소 1년 이상 섬유근육통을 앓아온 환자 23명과 침 치료자 22명이 참여했다.
연구팀은 환자 왼쪽 다리에 압력을 가해 통증을 유발한 후 통증 개선에 사용되는 양구혈과 혈해혈에 전침자극을 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후 환자와 치료자는 각각의 MRI에서 뇌 반응을 동시에 측정했고 이때 치료자가 전침기에 연결된 버튼을 통해 환자에게 원격 치료행위를 하며 그에 따라 환자가 느끼는 통증변화도 관찰했다.
실험결과 침 치료로 환자의 통증은 개선됐고 통증정도와 상호작용(얼굴표정)의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 상호작용이 클수록 환자가 느끼는 통증은 더 작게 나타나며 서로 유의미한 음의 상관성을 보였다.
또한 MRI 측정결과에서도 환자와 치료자 모두 상호작용(사회적 미러링 효과)과 관련있는 뇌 측두 두정 접합 영역(TPJ)에서 활성반응을 나타냈는데 상호작용이 클수록 치료자와 환자의 TPJ에서의 활성반응 유사도가 컸고 유사도가 클수록 통증개선 효과도 크다는것을 확인했다.
이는 얼굴표정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물론, 뇌 활성 분석에서도 상호작용이 침 치료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한 결과이다.
나아가 연구팀은 TPJ 활성반응이 어떻게 침 치료효과에 영향을 주는지 확인하고자 활성반응을 보인 다른 뇌 영역과 추가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환자 뇌 영역 중 통증과 관련있는 전전두피질이 TPJ와 함께 활성화되며 진통효과를 중재한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후속연구에서 실제 임상현장의 치료를 반영하는 종단적 연구방법으로 환자와 치료자의 상호작용과 치료효과의 관계를 추가 확인할 예정이다.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대전=박희윤 기자 h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