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 달러에 진입한 이후 4만 달러를 달성하기까지 주요 선진국보다 5년이 더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노동 생산성이 낮고 정부 재정에 성장을 기댔을 뿐 민간의 경제 활력은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4일 우리나라는 오는 2028년 1인당 GDP가 4만 달러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017년 3만 달러를 달성한 이후 11년이 소요되는 것이다. 3만 달러에 진입한 이후 4만 달러에 올라서기까지 주요 5개국(G5)은 평균 6년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미국 7년(1997~2004년) △영국 2년(2002~2004년) △일본 3년 (1992~1995년) △독일 12년(1995~2007년) △프랑스 4년(2003~2007년)이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G5는 1인당 GDP 3만~4만 달러 기간 중 높은 노동생산성, 활발한 투자, 민간과 정부 부문의 균형 성장 등의 공통점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노동 생산성을 비교하면 G5는 3만~4만 달러 기간 중 한국보다 노동과 자본, 총요소생산성 등 주요 경제 성장 요인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G5의 3만~4만 달러 기간 중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평균 51.5달러로, 한국이 3만 달러에 진입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기록한 시간당 노동생산성 39.4달러보다 1.3배 높았다. G5의 고용률은 평균 68.7%로, 한국의 고용률 66.7%를 상회했다.
G5의 기간 중 생산가능인구 비율은 평균 66.9%로 한국의 생산가능인구 비율 72.4%보다 낮았다. 하지만 한국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급속한 저출산·고령화가 진행 중이어서 앞으로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한경연은 덧붙였다.
G5는 3만~4만 달러 기간 중 공장과 기계, 설비 등 생산을 위해 구입한 고정 자산을 의미하는 총고정자본형성이 연평균 3.2% 성장해 투자가 경제성장을 견인한 반면, 한국은 2017~2019년 총고정자본형성이 연평균 0.3% 감소하였다.
국가 경제의 생산 효율성을 나타내는 총요소생산성도 G5 대비 한국이 부진했다. G5의 1인당 GDP 3만~4만 달러 기간 중 총요소생산성은 연평균 0.79% 증가한 반면, 한국의 2017년 총요소생산성은 0.36% 증가하는 데 그쳤다.
더 주목할 부분은 민간 활력이다. 연평균 투자 증가율을 보면, G5의 민간과 정부투자는 각각 연평균 1.9%, 3.6% 증가했지만, 한국은 민간투자가 4.2% 감소하였는데 반해, 정부투자만 7.0% 증가하였다. 소비도 G5는 민간소비가 2.5%, 정부소비가 2.6% 증가했지만 한국은 2017~2019년 중 민간소비가 2.4%, 정부소비는 6.0% 증가해 정부의 소비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추 실장은 “규제개혁, 법인세 인하 등을 통해 민간의 경제 활력을 제고하고 실물경제의 성장 동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