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현정택의 세상보기] 바이든 표 미중전쟁과 한국의 길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美 동맹 결속 무기로 中때리기

韓, 中에 경도된 외교 벗어나고

기업들도 美 투자 확대해가야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전 청와대 정책수석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전 청와대 정책수석




지난주 미국 앵커리지에서 미중 고위급 회담이 열렸다. 보통 외교 회담은 기자들 앞에서 사진 찍고 덕담 몇 마디 주고받은 후 비공개로 진행한다. 회의에서 탁자를 치며 언성 높여 싸우더라도 결과는 서로 기탄없이 의견을 교환했다는 식의 점잖은 표현으로 발표한다.



그런데 이 회담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공개 발언부터 “우리는 신장·홍콩 등지의 중국 행동에 대한 깊은 우려를 논의할 것이며 이 행동은 국제 질서를 위협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맞서 중국의 양제츠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은 “미국은 군사력과 금융 헤게모니를 이용해 다른 나라를 억압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인권이야말로 최저 수준이며 인종차별과 흑인 사망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의 대립은 우발적인 게 아니다. 회담 일주일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모임인 쿼드(Quad) 정상회의를 열었고 미국 국무장관은 국방장관과 함께 일본과 한국을 연이어 방문한 후 앵커리지에서 중국 대표단을 맞았다. 바이든 행정부 외교의 시동을 중국의 패권 전쟁에 밀리지 않겠다는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를 계승한 듯 보이지만 동맹에 대한 압박과 결속을 무기로 한 훨씬 더 정교한 전략이다. 외교·안보·군사·경제·통상·인권까지 모든 분야를 연계한다.



한국은 그동안 중국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보복과 압박에 따라 중국이 요구하는 소위 3불(不) 정책에 묵시적 동의도 해왔다. 미국에 전시작전권을 빨리 넘겨달라고 조르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그 배경에는 정부가 추진한 북한과의 정상회담 등 남북문제에 대한 중국의 도움을 기대했던 측면이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도 늘 외교 우선순위를 차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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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대에는 중국에 경도된 우리 외교의 추를 제자리로 돌려야 한다. 특히 북한과의 이벤트성 정상회담이나 시 주석 방한에 목을 매는 듯한 자세를 접어야 한다. 내년 초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지난 2018년 김여정의 평창 방문 같은 일을 꿈꾼다는 글을 본 적 있다. 어불성설이다. 바이든은 실무진 합의를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깜짝 이벤트로 문제를 풀 수는 없다.

앵커리지 회담 때 미국은 중국과 협조할 분야의 하나로 북한을 들었다. 그 협조의 목표는 우리 정부가 원하는 종전 선언, 평화 협정이 절대 아니다. 중국이 북한 비핵화를 위해 유엔이 결의한 제재를 잘 이행하라는 의미다.

바이든의 동맹국에 대한 대중국 압박 조치 참여 요구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유럽연합(EU)·영국·캐나다는 인권 탄압을 이유로 중국 당국자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한국의 운신 폭이 이들 나라보다 좁은 게 사실이나 중국의 지식재산권, 기술 탈취 등 압박의 공조가 필요한 분야를 발굴해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

한미일 안보 체제의 한 축인 일본과의 관계 개선도 긴요하다. 현재 아시아태평양 지역 11개 국가가 회원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추진해야 한다. 최근에는 역내 국가도 아닌 영국이 가입 신청을 했다. 미중 전쟁이 격화할수록 이러한 다자 협정에 가입하는 것이 그 불똥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미국과 중국은 상대방을 배제한 공급망을 구축하려 한다. 안보와 직결되는 정보기술(IT) 분야는 특히 더하다. 중복의 가능성이 있더라도 한국 기업들의 생산 시설을 시장별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현재 비중이 큰 중국 생산 시설을 점차 줄이고 미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나가야 한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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