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백신으로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중국의 ‘백신외교’ 전략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 등은 싱가포르가 지난달 중국 시노백사(社) 백신을 전달받았으나 아직 긴급사용을 승인하지 않고 보관만 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 백신은 전날까지 약 80만회분 접종한 것과 대비된다. 전날 싱가포르 보건당국은 시노백이 제출한 자료를 검토하기 시작했다면서 백신의 품질·안전·효과를 평가하려면 추가자료가 필요해 이를 요구한 상태라고 밝혔다. WP는 싱가포르 사례가 중국 백신외교의 한계를 상징한다면서 "(중국산 백신은) 임상시험 투명성이 부족해 공신력이 훼손된 상태"라는 점을 짚었다.
시노백과 다른 중국 제약사 시노팜은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결과를 일부만 자체 공개했을 뿐 학술지에 올리지는 않았다. 백신 임상시험 결과를 저명 학술지에 게재한 여타 다른 제약사와는 비교된다. 학술지에 게재되는 논문은 학계의 '동료평가'를 거치기 때문에 신뢰성이 입증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개발 백신 '스푸트니크 V'는 국제학술지 ‘랜싯(The Lancet)’에 임상시험 결과가 게재되면서 불신을 씻은 바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경우 작년 12월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임상시험 결과를 실었다.
영국의사협회 공중보건의학위원장을 지낸 피터 잉글리쉬는 동료평가를 거친 자료가 공개되기도 전에 백신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기는 매우 이례적이라면서 "이는 많은 의문을 남긴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시노백 백신은 터키 임상시험에선 예방효과가 80%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지만 브라질 시험에선 50%를 갓 넘기는 등 시험마다 효과가 큰 차이를 보여 논란이 일었다. 시노팜 백신의 경우 회사가 자체공개한 예방효과는 79%다.
중국은 임상시험 결과 공개 여부는 시험이 실시된 국가가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전문가인 샤오이밍은 이달 관영지 글로벌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임상시험 결과를 공개할지, (공개한다면) 언제 어떤 식으로 공개할지는 외국기관이 결정해야 한다"라면서 "중국엔 권한이 없다"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의 경우처럼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어 여러 백신을 확보했고 인구도 적은 경우라면 중국산 백신에 대해 믿을만한 자료가 제출될 때까지 기다리며 다른 백신부터 사용하면 된다. 그러나 싱가포르와 사정이 다른 브라질이나 필리핀 등은 당장 중국산 백신을 접종하는 수밖에 없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시노백 백신은 중국을 빼고 현재 17개국(홍콩 포함)에서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는데 여기엔 브라질과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이 포함됐다.
시노팜 백신은 중국 외엔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에서 사용승인이 내려졌고 아르헨티나와 콜롬비아 등 14개국에서 긴급사용이 승인됐으며 세르비아와 인도양 섬나라 세이셸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