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1초에 30기가바이트(GB) 용량의 UHD 영화 2편을 전송할 수 있는 속도의 차세대 D램 DDR5(사진)를 선보였다. 미세 공정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누설 전류 문제를 해소한 혁신 공정, ‘하이케이메탈게이트(HKMG) 공정’의 힘을 보탠 이번 제품은 전력 소모를 크게 낮출 수 있어 미래 산업의 핵심 부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인텔의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와 연결되는 DDR5 공급도 추진하고 있다.
2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번에 선보인 DDR5 모듈은 512기가바이트(GB)의 용량으로 향후 데이터 전송 속도가 7,200Mbps(1초당 7,200메가비트를 전송)로 확장될 수 있다. 이는 1초에 30GB 용량의 UHD 영화 2편 정도를 처리할 수 있는 속도다. 이번 모듈은 고용량·고성능임에도 상대적으로 낮은 전력을 필요로 해 데이터센터나 슈퍼컴퓨팅 등에 적합하다. 특히 삼성전자는 전력 소모량이 높은 미래 컴퓨팅 환경을 고려해 DDR5 모듈에 혁신적인 HKMG 공정을 적용해 차별화를 꾀했다.
HKMG 공정은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흘러야 할 곳이 아닌 다른 곳에 흘러버리는 누설 전류 현상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DDR5 모듈의 전력 소모는 기존에 비해 13%가 줄게 된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HKMG 공정은 주로 시스템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해왔지만 메모리 및 시스템 반도체 공정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어 선제적으로 메모리 반도체인 D램에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제품에 범용 D램으로는 처음으로 8단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을 적용했다. 8단 TSV는 모듈의 크기가 한정된 상황에서 고용량을 구현하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소비자가 이번 제품을 활용해 시스템을 구성할 경우 동일한 사이즈 내에서 최대 16테라바이트(TB)까지 용량 확대가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이번 제품의 공개와 더불어 인텔과 손잡은 사실도 함께 알렸다. 지난 23일(현지 시간) 200억 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는 목표를 밝히며 삼성전자 등을 겨냥했던 인텔은 이날 발표로 기존의 협력 관계를 유지할 뜻을 분명히 했다. 삼성전자도 글로벌 서버용 CPU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1위 기업 인텔을 적극 활용해 D램 시장의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다. 양사의 협력은 인텔의 차세대 CPU인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인 ‘사파이어 래피즈’와 호환되는 DDR5로 구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