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현재 중국 지방정부의 ‘숨겨둔 빚’인 음성 부채가 2,600조원에 달한다고 중국 관영 싱크탱크가 발표했다. 중국 정부가 본격적인 재정긴축에 나서면서 ‘간 보기’를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25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사회과학원 산하 국가금융발전실험실(NIFD)의 류레이국가부채연구센터 비서장은 작년 말 기준 중국 지방정부의 음성 부채가 14조8,000억 위안(약 2,600조원)에 달한다고 최근 집계해 발표했다. 이는 저점이던 지난 2019년 3분기 때의 13조9,000억 위안보다 6% 가량 증가한 것이다.
중국 지방정부의 음성 부채는 일종의 편법으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형성된다. 대표적으로 지방정부들은 특정 인프라 시설을 건설할 때 ‘LGFV’(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s·지방정부 자금조달기관)로 불리는 특수 법인을 만들어 이 법인이 채권을 발행하는 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데 이는 지방정부의 공식 부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경기부양이 목표인 중앙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독려하면서도 재정적자를 줄이라는 모순된 요구를 할 때 나오는 지방정부의 해결책이다.
NIFD의 설명에 따르면 지방정부의 음성 채무는 2016년 16조6,000억 위안으로 정점을 찍고 수년간 다소 낮아지는 추세였는데 작년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 컸다.
다만 이런 빚 규모도 NIFD의 추산에 불과할 뿐 공식 통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지방정부의 음성 부채가 1경원이 넘는다”는 주장하고 있다. 역시 NIFD의 집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의 총 국가부채가 지난 한해 동안에만 무려 31조2,000억위안(약 5,400조원)이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지방정부의 음성 부채 증가가 달랑 9,000억위안에 그쳤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도 않는 셈이다.
공식적으로 지난해 말 현재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270.1%로,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74조4,200억위안(약 4경2,600조원)이다.
이에 따라 이번 ‘숨겨진 빚’ 공개도 중국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긴축을 유도하기 위해 ‘간 보기’를 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정부가 중국의 치부를 숨기고 적당히 경계신호를 보내면서 조정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3월 초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발표된 올해 ‘정부업무보고’에서도 “지방재정 수지의 모순이 돌출하고 있다”며 “금융 등 영역에서의 위험을 방비하고 해소하는 임무가 계속 커지고 있다”고 적시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