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해상 운임의 상승세와 ‘포스트 코로나’에 찾아올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해운주들이 질주하고 있다. 특히 HMM(011200)의 경우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130% 이상 오르는 등 급등세를 보였지만 증권가는 눈높이를 좀 더 높일 것을 권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종료 이후 미국의 소비가 폭발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 내년까지는 전형적인 상승 사이클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23일(현지 시간) 이집트 수에즈운하에서 초대형 컨테이선이 좌초되며 바닷길이 막힌 사건으로 최근 정체를 보이던 컨테이너 운임이 다시 상승세를 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MM은 전 거래일 대비 1.03% 오른 2만 9,4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3만 원까지 주가가 치솟아 52주 신고가를 재차 경신했다. 최근 코스피가 횡보세를 보이고 있기에 HMM의 약진은 특히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HMM의 주가는 이날까지 8거래일 연속 오르며 32%가 뛰었다.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이날까지의 주가 상승률은 무려 135.6%에 이른다. 팬오션(028670) 역시 이날은 전날 대비 0.61% 소폭 하락한 6,560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지난 2월부터 약 한 달 간의 상승률은 50%에 육박한다.
이들 해운 기업의 주가 급등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운임 상승과 관련이 깊다. 업계에 따르면 상하이발 컨테이너 화물의 15개 항로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의 경우 지난 한 해 무려 190.3% 올랐다. 올해 1월 15일에는 2,885.00까지 오르며 2009년 SCFI가 처음 발표된 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철광석·석탄·곡물 등을 실어나르는 벌크선 운임도 상승세를 탔다. 벌크선 운임지수(BDI)는 19일 2,281을 기록했는데 2,000포인트대의 BDI는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1분기 운임이다.
운임 상승은 선사들의 수익성과 직결된다. 실제 HMM의 경우 2010년부터 약 10년간 적자에 시달렸는데, 글로벌 대형 선사들이 운임을 깎는 등의 출혈 경쟁을 한 탓이다. 하지만 해운 업계는 지난해 코로나19의 대유행에서 뜻밖의 수혜를 입고 반등했다. 상당수 대형 선사가 글로벌 교역량이 감소할 것을 우려해 미리 배를 철수시키고 운영을 축소했는데 온라인 쇼핑 수요가 급증하며 오히려 배와 컨테이너가 부족해진 것이다. 수출 기업들이 짐을 싣겠다고 경쟁을 하자 운임이 급등했고 선사들은 깜짝 실적을 올렸다. 실제 2018~2019년 모두 적자를 냈던 HMM은 지난해 9,810억 원의 이익을 냈다.
증권가는 올해 글로벌 소비가 더욱 늘고 산업활동도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해운 업계의 실적 개선은 더욱 큰 폭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인들의 소비가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한 상황에서 해운업의 상승은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컨테이너 업황이 반등을 보인 것은 미주 항로의 물동량 증가 때문이었다”며 “코로나19 국면에서도 미주항로의 물동량이 감소하지 않았고 올해 상반기 미국의 소비재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24%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올 하반기에는 컨테이너 업황이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지만 만약 업황 조정이 오더라도 2022년 시황은 다시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며 “컨테이너선 및 컨테이너 박스의 공급이 2년 안에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은 낮은 데 반해 미국의 상품 소비나 온라인 직구 등은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신증권은 HMM의 목표가를 3만 8,000원으로 58.3% 상향했다.
최근 대만 선사 에버그린의 컨테이너 화물선이 수에즈운하에서 좌초된 사고로 국내 해상운송 기업이 수혜를 누릴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글로벌 해상 물동량의 10% 수준을 처리하던 바닷길이 막히면서 최근 하락하던 컨테이너 운임이 다시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1·2월 컨테이너 수입량이 감소하며 유럽 운임이 정체를 보인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 사고로 강력한 지지선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