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에서 8년 전 부동산 시장에 쓴소리를 냈던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봤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앞으로의 집값을 잡기 위해 우선 시행되어야 할 정책은 무엇일지 이에 대한 선 소장의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과연 선 소장이 바라보는 집값 폭등의 해결 방안과 대책은 무엇일까요?
다음은 선 소장과 서울경제신문 부동산 유튜브 채널 ‘부랜드’가 나눈 문답입니다.
현재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이해부터 출발하자!
▲ 집값 폭등을 위해 집값 공급론이 많이 이야기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 공급은 일정하게 해야 되죠. 하지만 지금 집값이 상승하는 이유가 단순한 공급 때문이 아닌 이유를 알아야 해요. 지금은 시중에 돈은 넘쳐날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저금리 시기에요. 그럼 그 돈들이 생산 경제로 흘러가 주면 좋지만 그 자본들이 자산시장으로 옮겨가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지난해부터 주식시장도 뜨거워지고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있죠. 우선은 현재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근본적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실질적으로 어떤 정책을 시행해야 하는가?
- 정책적으로는 첫 번째, 근본적으로 시장 질서를 재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택 약자들에게 불리한 제도를 강화해 주는 근본적인 제도적 개혁을 추진해야 해요. 예를 들어 '후분양제'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가장 비싼 상품인 집을 구매하는데 팸플릿과 모델하우스만 보고 사게끔 하는 나라가 있을까요? 없습니다. 거의 모든 나라가 후분양제에요. 선분양제와 비슷한 양식을 취하는 나라가 있지만 일부 사업 프로젝트가 그런 것입니다. 즉, 선분양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어요. 1970~80년대는 건설 자본도 취약하고 주택을 빠르게 공급해야 하므로 미리 자본을 걷어 집을 짓고 나눠주는 식으로 했어요. 이때는 시대적인 상황에서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지만 지금은 건설업계가 넘쳐나고 자본이 취약하지도 않은데 왜 계속 선분양제를 하고 있냐는 거죠.
또한 선분양제는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투기에 취약한 구조를 만듭니다. 건설업자들은 사람들을 끌어들여 고분양가로 분양하면 나중에는 집값이 오르든 떨어지든 상관없기 때문이죠. 분양에 성공해서 배를 불리면 끝나는 문제죠. 둘째는 주택의 품질이 대체로 떨어집니다. 건설업자들은 이미 돈을 받았으니까 잘 지을 필요가 없죠. 그렇기 때문에 품질도 안 좋고 하자도 굉장히 많이 발생하고.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선분양제 때문에 주택시장에서 공급업자인 건설업계의 힘은 너무 강하고 소비자의 힘은 위축된 상황이라는 거에요. 따라서 소비자의 힘을 강화할 수 있는 후분양제 같은 근본적 제도 개혁이 필요합니다.
- 또한 시장에서 발생하는 투기 과열을 잡을 수 있는 단기적인 대응 정책이 필요해요. 예를 들어 '보편적인 대출 규제가 심각하다', '투기적 가수요가 들끓고 있다'고 하면 투기적 가수요 자체를 없애는 방법이 있어요. 예를 들어 토지거래허가제도를 특정 지역만 시행하는 게 아니고 수도권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서 시행하는 거예요. 또한 두 채 이상 집을 사려고 하는 사람들처럼 일정한 기준 이상에 대해서는 허가를 받고 진행하도록 하면 됩니다. 그러면 투기적 가수요도 사라져요. 극약 처방일 수 있지만 투기적 과열이 심각해서 국민들의 위화감을 만들고 사회 전체에 미치는 해가 크다면 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보면 정치적 고려를 해서인지 하기 편한 부동산 정책은 과감하고 쉽게 해요. 하지만 기득권의 저항이 강한 정책은 흉내만 내죠. 예를 들어 낙후된 도심을 재생하겠다는 '도심 재생 사업'은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서 시행한단 말이에요. 어느 쪽에서든 욕을 안 먹으니까 과감하게 해요. '임대사업등록제'도 기득권 쪽에서도 국토부 관료들도 좋아하니까 시행했죠. 그런데 나머지 정책들은 다 찔끔찔끔했단 말이에요. 정말 과감하게 시행해야 할 것을 과감하게 하고 지금 정부가 과감하게 시행하는 것은 오히려 조심스럽게 해야 했어요. 완전히 뒤바뀐 거죠.
▲ 문재인 정부가 잘했다고 생각하는 부동산 정책은?
- 처음에 전셋값 뛴다고 했지만 최근 점점 안정되잖아요. 저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했어요. 1989년 전세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전세 2년법' 때도 일시적으로 집값이 뛰었어요. 그 이후로는 오히려 전셋값이 안정됐거든요. 임대차 3법으로 인한 전셋값도 마찬가지예요. 당연히 전세 시장에 나와 있는 물량이 줄어들고 세입자는 많으니까 전셋값이 일시적으로는 뛸 수밖에 없죠. 그게 나중에는 문제없이 풀려나간다고 생각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전·월세 시장에서 세입자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강화된 거예요. 주택시장에서 공급자보다 소비자의 위치가 너무 약한 것은 고쳐지지 않았지만 집값을 안정시키는 굉장히 좋은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다음 시간에는 윤수민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부동산 전문위원의 ‘부동산과 금리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고다연 인턴기자 god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