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하루새 190억弗 블록딜…월가에 무슨일이

바이두 등 中 기술주 대거 포함

美증시 차이나리스크 다시 고개

장중 美 미디어주도 매물 쏟아져

블록딜 지속 땐 시장 타격 커질수도

미국 뉴욕 맨해튼의 뉴욕증권거래소. /AP연합뉴스미국 뉴욕 맨해튼의 뉴욕증권거래소. /AP연합뉴스




“업계에서 일한 지난 25년간 이 정도 규모의 블록딜을 본 적이 없습니다.”



투자 회사 밸뷰자산운용의 미셸 케우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난 26일(현지 시간) 월가에서 이뤄진 약 105억 달러(11조 8,807억 원) 규모의 불가사의한 블록딜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특히 블록딜로 처분된 주식에는 중국 기술주가 대거 포함돼 뉴욕 증시에 ‘차이나리스크’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 증시 개장 전 골드만삭스를 통해 105억 달러 규모의 블록딜이 이뤄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골드만삭스는 물론 모건스탠리 등 월가 전반에서 이뤄진 블록딜이 190억 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블록딜은 매도자와 매수자의 합의로 주식을 주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하는 것으로 급격한 주가 변동을 일으킬 수 있어 보통 장외 시장에서 진행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블록딜로 처분된 주식의 스펙트럼이다. 바이두와 텐센트뮤직엔터테인먼트그룹·VIP숍 등 중국 기술주 66억 달러어치가 포함됐다. 골드만삭스가 블록딜로 거래한 전체 주식의 약 63%에 달한다. 이외에 중국 온라인 교육 업체 아이치와 GSX테처두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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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되는 미중 갈등으로 차이나리스크가 뉴욕 증시를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24일 외국회사문책법이 발효돼 바이두와 알리바바 등 중국 기술주가 급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서명한 이 법은 외국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거나 미국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의 감리를 3년 연속 통과하지 못한 기업을 미국에 상장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사실상 중국 공산당과 밀접하다는 의혹을 받는 중국 기업을 겨냥한 법이다.

최근 중국 정부가 자국 기술 기업에 대한 규제의 고삐를 바짝 죄는 점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금융 당국을 비판한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에 이어 마화텅 텐센트 회장도 최근 중국 규제 당국과 면담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알리바바와 달리 텐센트는 중국 당국의 입장에 반하는 행보를 공개적으로 보인 적이 없어 투자자들의 불안이 더욱 커졌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자국 기술 기업에 합작사를 설립해 이들 기업이 수집하는 소비자 데이터를 공동 관리하자고 제안하는 등 이들 기업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려는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점도 차이나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다.

다만 블록딜이 장중에도 이어졌고 미국 미디어주도 매물로 나와 블록딜의 배경을 차이나리스크로 특정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이 제기된다. 전날 블록딜로 거래된 주식에는 미국 미디어 업체 비아콤CBS와 디스커버리 등은 물론 영국 패션플랫폼 파페치 주식도 포함됐다. 블록딜의 충격으로 전날 뉴욕 증시에서 비아컴CBS와 디스커버리 주가는 하루 만에 27% 넘게 떨어졌다.

CNBC는 아키고스캐피털매니지먼트가 증거금 보충을 요구 받는 마진콜을 당하자 자금 마련을 위해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봤다. 아키고스캐피털은 타이거아시아헤지펀드 출신인 빌 황이 세운 투자 회사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미디어주 거래에 집중해왔다. 다만 아키고스캐피털·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관심은 다음 거래일에도 대규모 블록딜이 일어날지 여부에 쏠린다. 자산관리 회사 웰스파이어어드바이저의 올리버 푸셰 부사장은 “블록딜을 이끈 사람이 원하는 만큼 자금을 얻게 됐는지 확신할 수 없다”며 "29일과 30일에도 블록딜로 시장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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