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본격화하는 미중 갈등과 한국의 선택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경제학

바이든 '동맹의 힘으로 中견제' 전략

對중국 포위망 넓히며 공급망 재편

韓, 미중 사이서 갈팡질팡 하다가는

경제 실리 못 얻고 '국제 왕따' 자초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강인수 숙명여대 교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중국 견제와 동맹 강화가 본격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고 있고 1조 9,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이 지난 6일 상원을 통과했다. 이를 근거로 미국 경제가 올해 7% 내외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대외 정책에도 신경을 쓰게 된 것이다. 미국은 지난달 말 주요 7개국(G7) 회의와 뮌헨 안보회의에서 유럽 국가들과의 동맹 복원을 선언한 데 이어 이달 12일에는 미국·일본·호주·인도가 참여하는 쿼드(Quad)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16일과 17일 한국·일본과의 외교·국방장관 회담에 이어 18일 미국 앵커리지에서는 중국과 ‘G2 고위급 회담’을 가졌다. 바이든 정부의 실세로 꼽히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중국의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부장을 만났다. 세 차례 회담을 했지만 치열한 설전 끝에 아무 합의 없이 각자 자기에게 유리한 기자회견만 하고 종료됐다. 미국이 외교적 수사 없이 직접적으로 중국 인권과 영토 문제를 공격하자 중국은 미국 내 인권 문제로 역공하는 등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반발했다. 기 싸움에 가까웠던 이번 회담은 전초전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협상 결과의 유불리를 따지기도 어렵다.



지금부터가 문제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동맹의 힘’으로 중국을 견제한다는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바이든은 후보 시절부터 일관되게 ‘가치 동맹’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치적 올바름’과 ‘가치’를 앞세운 명분적 리더십이 국내 정치에서는 지지층 결집을 통한 정치적 이득을 가져올 수 있을지 몰라도 국제 관계까지 적용할 경우 상대국들이 처해 있는 상황과 이해관계를 무시할 위험성이 있다. 보편적 가치를 앞세운 명분에 동맹국들이 반드시 따라 오리라는 보장도 없다. 경제적 실익을 가볍게 보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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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통상 정책이 경제적 실익보다 정치적 동인에 의해 결정될 경우 ‘가치 동맹’은 모래성처럼 와해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중 견제도 경제적 실익으로 동맹을 포섭하기보다는 정치적 해결을 우선하고 있다. 동맹국들에 중국 견제에 협력할 때 어떤 반대급부를 제공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한 바 없다. 중국이 언제든 실리 추구 전략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 ‘실리 경시’에 따른 외교적 실책의 대가는 상당히 클 수 있다.

미국이 동맹 강화에 ‘경제적 실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바이든 정부는 단기적인 무역수지 적자 해소보다는 미국 경쟁력의 핵심인 청정에너지·생명공학·인공지능(AI) 등 원천 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를 통해 중국을 압도해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미래 첨단 기술을 철저히 봉쇄해 중국을 좌초시키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미국에 상장한 중국 기업의 자금 조달 금지와 상장 폐지, 방산 기업에 대한 자금 유입 차단 등을 실행하고 있고, 중국과의 인적 교류, 기술 개발 참여 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바이든은 최근 반도체·2차전지·희토류·바이오의약 등 4개 분야의 공급 사슬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글로벌가치사슬(GVC)을 재편하는 기술 동맹을 통해 대중국 포위망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동맹국에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큰 ‘경제적 실리’는 다름 아닌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미중 통상 분쟁에 따른 무역 비용 증가는 중국 외 제3국으로의 GVC로 재편될 가능성을 높였다. 특히 미래 핵심 산업의 GVC에서 소외될 경우 그 대가는 혹독할 수밖에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미국의 ‘가치 동맹’ 이면에 깔린 ‘경제적 실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쿼드’를 통해 희토류 공급망 재편이 논의되고 있는 것처럼 이제는 약발이 통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 유지는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왕따’당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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