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與 "소급은 헌법 위배"라더니…보선 앞두고 지지율 하락에 초강수

■당정 '투기이익 몰수 소급 입법' 4월 처리

열흘전 소급 않기로 합의 해놓고선

선거 다가오자 민심 달래려 돌아서

소급적용·이해충돌방지법 재추진

"과잉 규제 비판서 자유롭지 못할것"

전문가들도 대체로 '위헌'에 동의

김태년(왼쪽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이 28일 국회에서 정세균(왼쪽 첫 번째) 국무총리와 김상조(왼쪽 세 번째) 청와대 정책실장, 변창흠(왼쪽 네 번째) 국토교통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부동산 투기 근절 및 재발 방지 대책을 위한 고위당정협의회에 참가해 발언하고 있다. /권욱 기자김태년(왼쪽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이 28일 국회에서 정세균(왼쪽 첫 번째) 국무총리와 김상조(왼쪽 세 번째) 청와대 정책실장, 변창흠(왼쪽 네 번째) 국토교통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부동산 투기 근절 및 재발 방지 대책을 위한 고위당정협의회에 참가해 발언하고 있다. /권욱 기자






정부·여당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후속 대책으로 부당 이익 몰수를 위한 소급 적용과 이해충돌방지법 처리 방침을 재차 밝히면서 ‘과잉 규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여야가 3월 국회에서 소급 적용을 두고 ‘헌법상 가치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소급 적용 불가 방침을 정한 상황에서 오는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여권이 지지층 이탈을 막기 위해 무리하게 소급 적용을 강행한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28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부당 이익 몰수를 위한 소급입법 적용도 나서겠다. 범죄수익은닉법을 개정해서 환수 기준도 금융 범죄 수준으로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본회의를 통과한 LH 5법에 포함된 공직자윤리법과 공공주택특별법·한국토지주택공사법으로는 부당 이익 몰수를 위한 소급 적용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김 직무대행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여야가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합의한 사항을 며칠 만에 뒤집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부당 이익 환수를 위한 소급 적용과 관련해 여권 내부에서조차 위헌 논란 등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컸던 사안이기 때문이다. 국토위 상임위원들은 지난 18일 열린 국토위 국토법안심사소위에서 LH 5법 중 하나인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심사하면서 법안을 소급 적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헌법에 규정된 형벌 불소급 원칙에 저촉된다는 우려에 여야가 공감대를 이룬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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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위원장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친일파의 재산이나 부패 재산만이 몰수나 추징·형벌의 소급효가 인정된다”면서도 “처벌하는 법이 없던 상황에서 자연법의 기준에서 봐도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가 아니라면 소급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국민 법 감정을 생각하면 소급 적용이 시원하지만 굉장히 신중해야 된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 역시 소급 적용은 위헌이라는 데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권에서 원포인트 국회를 열어 3월 내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는 이해충돌방지법에 대해서도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언론인과 교직원 포함 등 부작용이 예상되는 쟁점이 한둘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7일 공청회를 열고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법의 적용 대상에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사 임직원 등을 포함시키자고 주장했지만 정작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모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고위 공직자에 요구되는 수준의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국가의 과잉 규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천연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직자는 청렴 의무를 근거로 규정할 수 있지만 공직자 아니면 과잉 규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반대했다. 국민의힘 정무위원회 의원들 역시 기자회견을 통해 “이 법안이 기존에 있는 각종 법령과 중복되고 관장 부서도 여러 곳인데 법률만 덜컥 만든다면 혼란을 초래할 것이 불 보듯 자명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당·정·청이 이날 한목소리로 신속한 통과를 외친 부동산거래법 개정안 역시 논란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까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신속한 처리를 공식 요청했지만 정작 정부 부처에서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우려를 보이는 실정이다. 부동산거래분석원 설치를 골자로 하는 부동산거래법은 지난해 11월 국회에 법안이 발의됐을 때부터 개인의 사적 계약 행위를 과도하게 감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투기를 방지한다는 목적 아래 개인 과세 정보와 금융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 등이 과도하게 부여되기 때문이다. 국회 국토위 역시 법률안 검토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 “금융·신용 정보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사유를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유관 부서인 기획재정부·국세청·금융위원회 등 정부 부처도 기존 정부 부처와 역할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정·청은 부동산등록제와 신고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4급 이상 공무원과 공기업 기관장, 상임이사·감사 등으로 제한된 공직자 재산등록의무제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 아울러 부동산 시장 4대 교란 행위에 대한 처벌도 강화할 것이라고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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