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 부족에 따른 부작용이 내연기관차·전기차 등을 가리지 않고 자동차 업계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테슬라는 최근 중국에서 모델Y의 가격을 140만원가량 인상했다. 가격 인상 배경으로는 제조 원가 상승을 들었다. 업계에서는 차량용 전기차 배터리 수요 폭증과 함께 자동차 반도체 공급 부족이 불러온 가격 인상으로 보고 있다. 올해 들어 세계 1·2·3위 자동차 반도체 기업들인 NXP·인피니온·르네사스가 잇따라 재해 때문에 공장 가동을 멈췄다. 수급을 회복하기도 전에 잇따라 공급 쇼크가 발생하면서 완성차 업계의 공급 부족은 점점 심화하고 있다. 예상대로 3분기에 자동차 반도체 수급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올해 주문한 차량을 해를 넘겨 받을 수 있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테슬라 모델3를 주문한 국내 고객의 차량 인도도 예상보다 더 늦어진 내년이 될 수 있다. 미국에 있는 테슬라의 모델3 생산 공장은 자동차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지난달 가동을 중단한 바 중단한 바 있다. 가동 중단 전인 2월 주문 기준 예상 인도 시기는 올 하반기, 늦으면 올해 말이었다.
현대차의 전략 모델인 ‘아이오닉5’도 늦게 주문한 고객들의 경우 인도가 예상보다 늦어져 내년에나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자동차 반도체의 수급 정상화뿐 아니라 3개월 뒤 생산 조정을 위한 노조와의 협상 등 고비가 놓여 있다.
현대차·기아는 인기 모델, 주문 수량이 많은 모델을 중심으로 생산을 조정하며 반도체 재고를 조절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인기 모델을 주문한 고객의 경우 인도가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중국판 테슬라’로 불리는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도 차량용 반도체 칩 부족으로 29일부터 5일 동안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중국 자동차 업계도 칩 부족 사태로 공장 가동이 멈추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자동차 업계가 내놓는 대책도 고육지책일 뿐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공급 정상화 전까지 자동차 반도체 재고 정상화가 예상보다 늦어지게 될 경우 차량 인도 대란뿐 아니라 가격 인상으로도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의 관계자는 “원자재 부족으로 인한 최종 부담은 결국 소비자가 질 수 있다”며 “차량용 반도체 재고 확보를 위해 국가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