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정부가 직무유기...미래산업 그랜드플랜 다시 짜야"

■서경펠로·전문가 진단

정부·기업 협업해 신산업 키우고

반도체·車산업 등에 稅혜택 필요





“세계가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서 자국 중심주의를 내걸고 ‘대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우리는 어중간한 위치에 서 있습니다.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가 되자는 구호는 넘치는데 구체적인 대책은 없어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해주지 않았다면 우리는 다시 조용한 아침의 나라로 전락할 뻔했습니다.”(장윤종 포스코경영연구원 자문역)



전문가들은 한국 주력 산업이 미국·중국·유럽 등의 공세에 위협받고 있는 상황을 우려하며 “정부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장윤종 자문역은 “중국이 대추격을 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며 중국의 반도체 굴기 등을 막아준 셈이 됐다”며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지 않았다면 중국으로 기술 중심이 넘어가는 속도가 더 빨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한국판 뉴딜을 내놓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선거 국면으로 넘어가면서 추진 동력을 잃고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부가 산업에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이 자국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얼마나 애쓰는지, 유럽이 배터리 산업 독립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이러한 해외 국가의 흐름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 정부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어 “기업을 적폐로만 몰고 기업을 이해하려는 것 같지 않다”면서 “시스템 반도체 육성을 천명한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지원을 받기는커녕 총수 부재라는 상황에 몰렸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 스스로가 미래로 가는 문을 닫고 있다. 정부가 직무 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기 교수는 이제라도 정부가 방향을 바꿔 기업이 뛸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산업을 선점하려는 선진국들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그는 “미국이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데 우리가 지금처럼 산업을 나 몰라라 하거나 기업 규제 법안을 밀어붙여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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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정부의 정책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한국은 산업 정책의 장기 비전이 없고 산업 정책이라는 말 자체를 쓰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보니 어떤 산업을 육성해서 키운다는 프레임이 없다”며 “정부가 특정 산업에 직접 관여하기 어렵다면 인재 양성이나 교육, 기술 개발 등 이런 분야에 대해서라도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중국의 추격으로 자동차·조선 등의 주도권이 위협받고 있고 다른 나라들은 세금 감면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만큼 반도체·자동차·배터리 산업에서 정부가 이러한 혜택을 주는 것도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전 현대경제연구원장)도 “가장 큰 문제는 산업의 다이내믹스(역동성)가 없다는 것”이라며 “주력 산업이 20년 내내 바뀌는 것 없이 그대로 고여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정부가 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근시안적으로 접근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가 가해졌을 때도 화학 관련 규제 완화 얘기가 반짝 나오다가 이후에는 잠잠해졌다”며 “규제나 제도·지원과 관련해 정부가 선도적으로 해줄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학계뿐 아니라 업계에서도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특히 인텔이 반도체 제조의 아시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생산 능력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산업의 자국 중심주의가 강화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그동안 반도체 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심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정부 정책에 한계가 있었다”며 “지금은 어느 나라에서나 정부와 기업이 협업을 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협업 중심으로 이행할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D램 제조 기술은 뛰어나지만 시스템 반도체, 팹리스 등의 분야에서는 경쟁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 분야의 기업이 클 수 있는 토양을 정부가 마련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희윤·서종갑·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


전희윤·서종갑·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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