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이어 미국도 이른바 '백신 여권'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민간 회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실을 증명하는 표준 방식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유럽연합(EU)도 올해 6월 15일부터 백신 여권 이용이 가능해진다고 밝히는 등 다른 나라들도 자체 백신 여권 개발에 속도를 내는 상황이다.
미국 내 이러한 움직임은 백신 접종에 박차를 가하며 경제 정상화 등 '일상으로의 복귀'를 모색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 여름이 되면 미국이 정상으로 돌아가기 시작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WP에 따르면 크루즈 여행부터 스포츠 경기 관련 분야까지 '영업 재개'에 앞서 백신 여권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히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백신 여권 관련 계획은 보건정보 기술 관련 부서를 포함, 주로 보건복지부의 주도 하에 추진되고 있다. 백악관도 이달 들어 유관 부처간 조율을 담당하며 보다 적극적으로 백신 여권 계획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이 관련 업무를 이끌고 있으며 수일 내로 진전 상황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백신 여권은 무료일 것으로 예상되며 항공사 탑승권과 유사하게 스캔 가능한 코드를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제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접근할 수 없는 미국인은 여권을 인쇄해야 한다는 것이 개발 주체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백신 여권의 성공적 도입을 위해선 갈 길이 멀다. WP는 당국이 군 및 보건 당국을 포함, 수십 개의 기관 및 여러 전문가 사이에서 조율을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구상이 바이든 행정부의 시험대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정보 보호 및 보건 평등성이 도전과제로 떠올랐다. 미 당국자들은 쉽게 해킹되지 않는 시스템과 위조가 불가능한 백신 여권을 확립하길 원한다고 WP는 보도했다. 위조 문제는 이미 나타나기 시작한 실정이다.
연방 당국자들이 직면한 가장 큰 장애물은 현재 진행 중인 여권 구상들의 숫자다. WP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가 확인한 백신 여권 구상이 이달 현재 최소 17건에 달하는 등 관련 구상들이 난립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숙고를 거듭하는 와중에도 세계보건기구(WHO)가 주도하는 국제적 시도와 뉴욕주에서 시험 중인 IBM이 고안한 '디지털 패스' 등은 빠른 속도로 진전을 보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세일즈포스 등 IT기업들이 의료기관, 비영리단체 등과 협업해 백신여권의 기술표준을 개발하고 있는 협업 프로젝트인 ‘백신 인증 계획(VCI)’도 있다.
백신 접종 증명이 국민 보건과 사회적, 상업적, 여가 활동으로의 안전한 복귀를 이끌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최근 보건과 국방, 국토 안보, 항공우주국(NASA) 등의 기관 소속 직원 150여 명이 참석한 회의에서 혼란스러운 백신 여권 양상에 대한 경고가 제기됐다. 회의에서는 "혼란스럽고 비효율적인 백신 증명 접근법은 보건 안전 조치를 약화하고 경제 회복을 지연시키며 대중의 신뢰를 저하함으로써 우리의 팬데믹 대응을 방해할 수 있다"고 적힌 자료도 제시됐다.
미키 트리파티 미 보건 IT 국가 조정관도 지난 11일 열린 보건 IT 지도자 라운드테이블이 주최한 화상 회의에서 연방 당국자들이 위조 방지와 정보 보호 보장, 저소득층의 소외 방지 등을 포함한 여러가지 보건적 도전과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WHO의 '디지털 백신 증명서'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백신 여권 발급에 대한 조언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과 관련,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은 최근 주지사들에게 이번주 보다 상세한 브리핑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접종을 권장하고 민간 영역의 구상을 지원하면서도 동시에 백신 여권에 지나친 연방 차원의 역점을 두지 않는 등 정교한 균형 맞추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WP는 보도했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