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부터 시행되는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의하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북한인권단체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비롯해 시각 매개물, 전단 등을 살포할 경우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혹은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받게 된다.
통일부는 29일 이와 관련해 “법 시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국내외 인권단체 등과의 소통을 지속해 왔다”며 “유연하고 합리적으로 적용해 나가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인권단체와 국내외 인권 전문가들의 의견은 무시한 채 법 시행을 밀어붙였다”며 통일부의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탈북민 출신인 지 의원은 대북전단금지법 시행을 하루 앞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통일부는 북한이 요구하는 대북전단금지법에는 바로 화답하면서 북한인권단체와 국내외 인권 전문가들의 의견은 무시한 채 법 시행을 밀어붙였다”며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에 대해 다시금 주목하고 있는 현재, 근거도 명확하지 않은 이유를 들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대북전단금지법으로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잃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북전단금지법은 한국 헌법과 시민의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에 따른 의무를 명백히 위반했다”며 “국내외 인권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부분을 무시해선 안되고, 한반도의 밝은 미래는 북한이 한국과 같이하는 데 달려있는 것이지 그 반대라고 착각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 의원은 대북전단금지법이 국회에서는 물론 북한인권단체와도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졸속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해 12월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설명 자료를 통해 “이미 2008년 제18대 국회에서부터 대북전단으로 인해 초래되는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규제하기 위한 입법을 지속 추진해 그간 14건의 관련 규제 법안이 발의돼 계속 논의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야당에서 개정안을 두고 ‘북한 눈치보기 법안’이라고 비판한 데 대한 해명이다.
그러나 지 의원은 지난 2008년부터 논의된 법안 14건 가운데 13건이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이 아닌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이라며, 두 개정안이 별개의 법안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대북전단금지법은 송영길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이었다. 이를 두고 지 의원은 “2020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법안소위, 안건조정위 등의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통과된 비정상적인 개정안”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6월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개인 담화에서 우리 정부를 향해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저지할 법을 만들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담화가 발표된 당일 통일부는 브리핑을 열고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예고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김홍걸·김승남·박상혁·윤후덕·송영길)이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내용의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했고,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김여정하명법’이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