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단독]박형준 부인 조현 "미술관 예정지를 투기로 몰다니…"

[박형준 부인 조현 전 대표 단독인터뷰]

기장군 미술관 부지, 5년째 화가 작업실

투기 의혹이라니 "기막히다"

부산 기장군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김종학 화백 /서울경제DB부산 기장군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김종학 화백 /서울경제DB




“문화적 기여를 꿈 꾼 것이 투기로 몰리다니 힘겹습니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의 부인이자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조현 전 조현화랑 대표가 입을 열었다. 조 전 대표는 30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30년간 미술업에 종사했고 문화적으로 열악한 고향 부산에 좋은 미술관 하나 남기고자 2015년부터 기장군 땅을 매입해 ‘기장미술관’ 조성을 준비하는 중”이라며 “미술관 예정부지에 지은 2층짜리 건물 1층을 원로화가 김종학 선생이 5년째 작업실로 쓰고 있는데 ‘초호화별장’으로 몰아간다”고 호소했다.

오는 4월 7일 보궐선거를 앞두고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와 여당 측 일각에서는 박 후보의 배우자인 조 대표 및 그 자녀 명의의 토지에 대해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재산 미등록 의혹을 받은 기장군 토지에 대해 그는 “일본의 ‘국보급 건축가’라 불리는 세계적 명성의 쿠마 겐코가 4,000평 대지에 1,170평 규모로 미술관 설계를 해줬는데, 행정절차에서 전시실 면적이 300평을 초과할 수 없게 허가가 났다”면서 “주거지역 인근 건축법 때문이었는데, 건축가이자 작가인 겐코의 작품을 임의로 바꿀 수 없는 만큼 위법하지 않게 수정·보완하던 중 박 후보의 출마가 결정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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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 ‘초호화 별장’ 의혹을 받는 이곳 건물은 원로화가 김종학이 지난 2017년부터 머무르며 그림을 그리는 작업실로 확인됐다. 조 전 대표는 “매입한 땅에 우선 2층짜리 건물 한 동을 지어 1층은 김종학 작업장으로 사용하고, 2층은 학예관리실로 쓰고 있다”면서 “붓질과 물감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지베르니의 ‘모네미술관’ 처럼 소박하지만 고운 김종학의 미술관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부산시 해운대구 달맞이고개에 자리잡은 조현화랑 외관 /서울경제DB부산시 해운대구 달맞이고개에 자리잡은 조현화랑 외관 /서울경제DB


조현화랑 전속작가인 김 화백은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에서 개인전이 열렸고, 오거돈 전 부산시장 재임 시기였던 지난해 3월 부산시립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이 개막하기도 했다. ‘설악산 화가’로 불리던 김 화백이 수년 째 부산 기장의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며 ‘해운대 풍경’ 등 신작을 내놓은 사실은 지난 2018년부터 여러 언론을 통해 공공연히 알려졌다. 조 전 대표는 “80대의 원로화가가 ‘민주당 의원들 몰려온다’는 말에 놀라서 그림 그리다 말고 슬리퍼 차림에 도망치듯 빠져나오기도 했다”면서 “‘기장미술관’에 큰 전시장을 조성해 백남준 공간, 김종학 공간으로 운영하려 했는데 축소해야 할 판이다”고 덧붙였다.

1989년 개관한 조현화랑은 1990년대부터 꾸준히 박서보,윤형근,정창섭등 ‘단색화’로 분류되는 한국 현대미술사의 중요한 작가들을 전시해 왔고 이배,정광호등의 작가를 재발굴해 세계 무대에 소개했다.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힌 프랑스 피악(FIAC)에 1995년 진출한 것을 시작으로 국제적 활동을 펼쳤으며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홍콩(Art Basel HK)에도 부산·경남지역 화랑으로 유일하게 참가했다. 매출 규모나 기획전 수준 등에서 국내 10대 갤러리로 손꼽히는 곳이다.

조 전 대표는 갤러리이자 생태공원과 체험장 기능을 갖춰 지역 경제에 획기적 기여를 한 영국 브루톤 소재 하우저앤워스 서머셋 등을 롤모델로 미술관을 구상해 왔다. 그는 “선진국처럼 작고 아름다운 미술관을 조성해 향유 공간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젊고 유망한 작가 육성·홍보를 위한 공간을 남길 수 있어야 한다”면서 “미술관과 공익재단은 재산 출연을 통해 사회 환원을 추구하는 일이지 수익을 좇는 투기가 아니다”고 항변했다. 그는 “문화와 정반대의 길(정치)임을 뻔히 알면서도 남편을 끝까지 말리지 못했다”라며 “여성이 평생 공들인 직업을 인정하지 않고 (남편에 의한) 특혜나 비리로 보는 시선이 가장 큰 상처지만 그럼에도 나는 당당하다”고 말했다.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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