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가 미국에 신규 리서치센터를 세우고 연구개발(R&D) 역량 강화에 힘쓴다. 지난해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인수하기로 결정한 SK하이닉스는 추가 R&D 인력의 확보를 통해 피인수 회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거두는 것은 물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반도체 산업 부흥 정책에 박자를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30일 오전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글로벌 연구개발(R&D) 24시 체제를 완성해 나갈 예정”이라며 미국에 신규 R&D 센터를 건립할 계획을 밝혔다. 이 사장은 “현재 뉴 사이트(새로운 입지)에 대한 개발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며 “전 세계 곳곳에서 연구를 진행해 연구실의 불이 꺼지지 않는 SK하이닉스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사장은 이탈리아와 벨라루스 등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유럽의 연구 기반 외에도 새로운 R&D 센터를 건립할 구상도 세운 상태라고 주주들에게 설명했다. 다만 이 사장은 구체적으로 미국 어느 지역에 R&D 센터가 세워지는 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R&D 인력 확보가 수월한 실리콘밸리 인근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 사장은 이날 주총에서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에 큰 기대를 보였다. “낸드 사업부 인수계약은 SK하이닉스가 낸드 분야 선두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이며, 규모의 경제를 확보했다는 외형적 성장 외에도 시스템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력을 단기간에 확보하고 양사의 협력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마이크론과 함께 3대 업체가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 D램 시장처럼, 이번 SK하이닉스의 인텔 인수가 계기가 돼 낸드 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드러냈다. 지난해 10월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하겠다는 발표를 한 SK하이닉스는 최종 인수를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미국 규제당국의 심사를 모두 마친 상태다. 지난해에는 미국 연방통상위원회(FTC)의 반독점 심사를, 이달에는 미국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투자심의도 통과했다. 당시 SK하이닉스는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중 사상 최대인 약 10조3,000억원(90억달러)에 미국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D램 제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사업구조를 바꾸기 위한 M&A라는 점을 밝혔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원칙에 따라 회사가 성장해 나갈 비전을 담은 ‘파이낸셜 스토리’도 이날 최초로 공개됐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각 계열사에 구체적으로 ESG 경영을 추진할 방안을 주문한데 따른 것으로, 이해관계자들과 회사의 미래 성장 방향성을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주주들 앞에서 첨단 기술 개발을 통한 환경문제 해결에 방점을 찍었다. 이 사장은 “HDD를 저전력 SSD로 모두 바꾼다면 연간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4,400만톤에서 300만톤 수준으로 93% 절감된다”는 단적인 예를 들며, “인텔이 보유한 쿼드레벨셀(QLC)·펜타레벨셀(PLC) 기술이 여기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며, 앞으로 탄소배출을 적게는 40% 많게는 85%까지 줄인 차세대 메모리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환경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