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거악(巨惡)과 싸우지는 않지만…이웃의 배고픔 돌보는 ‘배트맨’ 빌리 호셜

2015년부터 플레이어스 대회서 버디 1개 1,000 弗 적립

알코올 중독 극복한 아내와 고향서 결식 이웃 돕기

100억 잭팟 이어 최근 특급 대회서 30억 돈벼락

WGC 델 테크놀로지스 매치플레이 결승에서 벙커 샷 하는 빌리 호셜. /USA투데이연합뉴스WGC 델 테크놀로지스 매치플레이 결승에서 벙커 샷 하는 빌리 호셜. /USA투데이연합뉴스




할리우드 배우 크리스천 베일. /출처=트위터할리우드 배우 크리스천 베일. /출처=트위터


빌리 호셜(35·미국)은 ‘닮은꼴 짝짓기’의 단골 선수다. 배트맨 시리즈로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 크리스천 베일을 빼닮아서다. 웃을 때 생기는 주름, 호리호리한 체격까지 비슷하다. 미국의 한 매체는 “호셜이 한 번에 1,000만 달러를 버는 것을 봤다면 돈 많은 브루스 웨인(배트맨의 정체)도 조금은 배가 아팠을 것”이라고 했다.



호셜은 2014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페덱스컵 우승 보너스로 1,000만 달러(약 113억 원) 잭팟을 터뜨렸다. 대회 우승 상금까지 더하면 한 번에 1,144만 달러를 챙겼다.

호셜은 많이 번 만큼 베풀었다. 꼭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페덱스컵 보너스의 10%인 100만 달러를 캐디에게 지급해 화제를 모았다. 바로 그해부터 아내와 함께 고향인 플로리다 북동부 지역의 푸드 뱅크 홍보 대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지난 29일 PGA 투어 6승째를 WGC 델 매치 우승으로 장식한 뒤 캐디와 포옹하는 호셜. /AP연합뉴스지난 29일 PGA 투어 6승째를 WGC 델 매치 우승으로 장식한 뒤 캐디와 포옹하는 호셜. /AP연합뉴스



호셜도 넉넉지 못한 환경에서 운동을 했다. 그는 부모가 모두 대학을 나오지 못한 블루 칼라라고 담담하게 고백했다. 플로리다 그랜트에 있는 파58짜리 2,811야드의 열악한 코스에서 외롭게 꿈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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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투어 진출의 꿈을 이뤄 번듯한 후원사가 생기고 우승도 하면서 돈이 모일 때 호셜은 “돈이 생긴다는 것은 내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꿈을 도와준 여러 사람들에게 은혜를 갚을 수 있게 됐다"는 이유였다.

호셜은 ‘#DriveOutHunger(드라이브 아웃 헝거)’ 캠페인에 앞장서고 있다. ‘배고픔을 몰아내자’는 운동으로, 고향의 결식 아동·노인 등을 돕자는 것이다. 플로리다 북동부에는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이 매일 32만 명 이상이라고 한다. 호셜은 고향에서 열리는 최대 이벤트인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 나설 때마다 버디 1개에 1,000 달러, 이글 1개에 5,000 달러씩을 모아 결식 이웃을 돕는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코로나 확산 탓에 돌연 중단됐던 지난해는 상금을 기부하고 직접 음식을 날랐다. PGA 투어 측도 호셜의 뜻에 동참해 22톤의 음식을 지역 사회에 전달했다. 이달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버디 6개를 작성한 호셜은 “6,000 달러면 어려운 이웃에 3만 6,000끼를 제공할 수 있다”며 기뻐했다. 대회를 앞두고는 지역지 기고를 통해 “직장이 있는 성인 중에도 끼니 걱정을 하는 이들이 상당수인 게 현실이다. 당신의 1달러가 어려운 이웃의 여섯 끼 식사를 책임질 수 있다”며 모금 동참을 호소했다.

아내, 자녀들과 함께한 호셜. /출처=인스타그램아내, 자녀들과 함께한 호셜. /출처=인스타그램


호셜은 올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공동 58위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바로 다음 출전 대회인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 테크놀로지스 매치플레이에서 우승했다. 3년 간의 우승 가뭄을 끊고 182만 달러(약 20억 5,000만 원)의 돈벼락을 맞았다. 워크데이 챔피언십 공동 2위 상금 약 8억 8,000만 원을 더하면 특급 대회인 WGC 최근 2개 대회에서만 거의 30억 원을 번 것. 배고픔을 몰아내는 운동을 위한 든든한 동력을 얻은 것이다.

호셜 부부는 힘든 시간을 겪었다. 아내 브리트니가 2016년 알코올 중독으로 두 달 간 치료 센터에 머무는 동안 남편은 투어를 뛰면서 18개월 된 딸을 돌봤다. 지금은 자녀가 셋이다. 자선 사업의 동업자이기도 한 아내를 호셜은 “우리 가정의 록스타이자 슈퍼 히어로”라고 소개한다.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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