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은행의 세전 순이익이 사상 처음 10조 원을 넘어서면서 법인세로 역대 최대인 2조 8,000억 원을 납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해외 주가 상승 등으로 유가증권 매매 차익이 늘어난 데다 기준 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인하하면서 통화안정증권 발행 비용이 축소된 영향이다.
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은의 세전 당기순이익은 10조 1,890억 원으로 지난 2019년(7조 3,572억 원) 대비 2조 8,318억 원 증가했다. 1950년 한은 설립 이후 최대 수준이다. 법인세 납부 규모도 2조 441억 원에서 2조 8,231억 원으로 역대 최고다. 지난해 삼성전자(9조 9,372억 원) 다음으로 가장 많은 법인세를 낸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순이익 급증은 유가증권 매매 이익이 4조 704억 원 늘어난 반면 통화안정증권 이자가 8,921억 원 줄면서 세전 이익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당기순이익이 증가한 것은 국제 금리 하락, 해외 주가 상승 등으로 외화 유가증권 매매 차익이 증가한 반면 기준 금리 인하로 통화안정증권 이자 등이 감소한 데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법인세를 내고 남은 당기순이익은 7조 3,659억 원으로 이 가운데 30%인 2조 2,098억 원의 법정적립금과 농어가목돈마련저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임의 적립금 341억 원을 적립했다. 남은 재원 5조 1,220억 원은 정부 세입으로 납부했다.
한은의 외화 자산 가운데 미 달러화 비중은 67.7%로 2년 연속 감소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과 하반기 이후 안전 자산 선호 약화 등으로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미 달러화 비중을 축소했다는 설명이다. 상품별 비중은 정부채 44.5%, 정부기관채 14.4%, 회사채 13.6%, 자산유동화채 11.5%, 주식 8.9% 등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투자 심리가 개선되면서 회사채 및 주식 비중을 소폭 확대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