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개발자 기근에…대표가 두팔 걷는 중소IT

임금인상 열풍에 몸값 폭등하고

대형IT들 싹쓸이에 '인력 고갈'

예비 유니콘들 '공동 채용 설명회'

CEO·CTO 직접 비전·문화 발표

스톡옵션 지급 등 인재 모시기 총력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의 한 스타트업은 최근 투자자인 벤처캐피탈(VC)과 가벼운 갈등을 겪었다. 개발자들을 대거 채용하기 윈해 임금을 인상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스톡옵션을 지급했는데 기존 주주들인 VC가 이를 탐탁치 않게 여기면서 마찰이 생긴 것이다. 국내 주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의 투자를 담당했던 한 VC 심사역은 “최근 들어 스타트업들이 높은 스톡옵션으로 개발자를 뽑는 과정에서 일부 투자자들과 적지 않은 의견 대립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IT기업들이 개발자들을 싹쓸이 하면서 '개발자 기근' 현상이 심화되자 스타트업 경영진들은 인재 모시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은 자금 한계에 연봉 인상이 어려워 스톡옵션 규모를 늘리거나 대표와 임원진들이 직접 채용 설명회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IT 분야 유능한 개발인력들은 높은 보수를 제안하는 기업인 이른바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에 관심을 두거나 이들 기업의 보상 조건에 눈높이가 맞춰져 있어 이를 충족시키기 힘든 중소 스타트업들은 내심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요 예비 유니콘들은 4월4일부터 9일까지 6일에 걸쳐 온라인 채용 설명회를 연다. 브랜디, 쏘카, 마켓컬리, 왓챠, 오늘의집, 번개장터 등 기업가치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유망 스타트업들이 설명회에 나선다.



특히 이번 채용 설명회는 해당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경영진이 직접 나선다. 미국 상장을 추진하는 김슬아 컬리 대표도 직접 참석해 회사의 비전과 개발 문화 등을 발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접관과 구직자의 역할을 바꿔 오히려 개발자들이 회사의 현황과 비전을 묻고 스타트업 임원진들이 대답을 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브랜디 관계자는 "스타트업 개발 문화와 지향하는 목표가 다 다르다 보니 개발자 개인에게 맞는 회사를 찾게 하기 위해 행사가 기획됐다"고 말했다.



유니콘급 스타트업들의 단체 구인은 최근 IT 업계를 흔들고 있는 개발자 인력 영입 전쟁 영향이다. 대형 IT 기업들이 연봉을 수천만원씩 높여가며 수백명 단위로 개발자들을 데려가다 보니 시장에 우수 경력 개발자의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올해만 900명 규모 개발자를 뽑기로 했고 카카오커머스는 신입 개발자들에게도 1억원 규모 스톡옵션을 지급하기로 하는 등 대형 기업들이 우수한 개발자를 뽑기 위해 치열한 눈치 싸움을 하고 있다.

반면 대다수 중소 스타트업은 지출에 한계가 있다보니 대형 IT기업 수준 임금을 맞춰주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시장 확대를 위해 많은 스타트업들이 적자 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임금을 대기업 수준으로 맞추려면 자칫 투자금이 고갈되는 시기만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 커머스 스타트업 대표는 "통상 스타트업들은 대형 IT기업이 주는 연봉의 80% 안팎 수준으로 맞춰줄 수밖에 없다"며 "다만 스톡옵션 등 성장에 따른 유인책을 주는 식으로 인력을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들은 대기업과 비교했을 때 급여 수준에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번에 채용 설명회를 여는 기업들은 개발 문화나 기업 비전과 같은 '플러스 알파' 요소를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대기업보다 다소 자율성이 있고 모빌리티, 인테리어 커머스 등 이제 막 시작하는 업종에서 개발 경험을 하고 싶은 인력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같은 중소 스타트업의 인재 영입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능한 개발자들의 메이저 IT 기업으로의 쏠림 현상이 점점 심화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VC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타트업들이 우수한 경력 개발자를 구하기 위해 더 많은 투자금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며 “수백억원 가량 투자를 받아도 자원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임금을 쉽게 높이기 쉽지 않아 인력 문제가 대부분 스타트업들의 최근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박호현 기자 greenlight@sedaily.com


박호현 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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