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기업 외면하더니 관계개선 하자는 文…대출 확대 기간 연장한다는 이낙연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48회 상공의 날 기념식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48회 상공의 날 기념식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그동안 외면해온 재계를 상대로 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인 것은 선거를 앞둔 정치적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이 꺼내 든 ‘50년 만기 모기지 대출 국가보증제’ 역시 전형적인 선거용 제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유영민 비서실장과 이호승 정책실장에게 “기업인들을 활발히 만나 대화하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해 당혹해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재계의 목소리를 외면해온 상황에서 선거를 앞두고 느닷없이 재계와의 간극 좁히기를 시도하는 만큼 자칫 여권의 선거 전략에 휘말리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입장도 내비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임기 1년여를 남겨둔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그동안 기업 옥죄기 법안을 강행해놓고서 이제 와서 기업 활동의 애로를 덜어주겠다고 하니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재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기 초인 지난 2018년과 2019년 최저임금을 16.4%, 10.9% 올리고,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해 고용 대란을 초래했다. 또 지난해 상법·공정거래법 등 기업 규제 3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을 입법하는 과정에서 재계의 건의 사항을 거의 수용하지 않은 채 180석의 의석수를 무기로 강행 처리했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 단체 수장들까지 나서 국회를 수시로 찾아가 보완을 요구했지만 청와대와 민주당은 전혀 귀담아듣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 통과된 감사위원 분리 선임을 위한 ‘3%룰’은 현재 경영권 분쟁의 도구로 변질되고 있으며 내년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기업들 사이에서 ‘공포의 법’으로 불리고 있다. 또 강화된 지주회사 지분율 규정으로 기업들은 투자에 쓸 돈을 자회사 지분 취득에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 위원장이 이날 청년층을 겨냥해 ‘50년 만기 모기지 대출 국가보증제’ 도입을 제안한 것을 두고 정치권과 금융계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정부 여당이 그동안 주택 가격 상승을 잡기 위해 대출을 조여온 가운데 자칫 무주택자에게 지금이라도 대출을 얻어 집을 사라는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아울러 과거 이 위원장이 지난해 4월 총선에 앞서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린 후 오히려 종부세를 강화했다는 점에서 이번 대책도 공염불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새어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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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주택 구입 문화를 고려하면 50년 만기의 주택 담보 대출 제안은 시장성이 낮다고 지적한다. 젊은 나이에 집을 사는 인구가 많은 미국 등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청년층이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0대 전후에 집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인데 사회 초년생에게 빚을 내 집을 사라는 정책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야당에서는 담보대출 기간을 늘릴 것이 아니라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해 급등한 부동산 가격 안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이념적으로 접근한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집값이 오른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높여줄 테니 집을 사라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과 대안이 되겠느냐”며 “잘못된 정책이 부동산 가격 급등의 근본적인 원인인 만큼 지금이라도 정책을 되돌리겠다는 말부터 해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융 당국은 여당에 밀려 ‘대출 규제 완화’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경우 주택 시장 안정화 기조가 흔들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위험 수위에 도달한 가계 대출 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전날 “가계 부채를 줄이는 것은 부동산 안정 효과가 있지만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부동산 시장에 상반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대책이 정책으로 시행되더라도 실제 청년층의 수요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30세에 노동시장에 진입해 주택을 구입하더라도 은퇴 후 80세까지 원리금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모기지 대출, 청년·신혼세대 안심대출, 1인 가구용 소형 주택 확대 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별도의 재원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도 우려의 요소 중 하나다.

이번 제안에 현실성이 없어 정부 여당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의 부동산·금융계 상황과 집값이 오르는 이유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낸 대책”이라며 “현실성이 없어 정책으로 입안되기 쉽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도 “유권자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정부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이희조 기자 love@sedaily.com, 김능현 기자 nhkimchn@sedaily.com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이희조 기자 love@sedaily.com·김능현 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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