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정부가 발표한 서울 4개 자치구, 21곳의 2·4 대책 선도사업 후보지역들은 그동안 각 자치구 차원에서 개발을 원했던 곳이다. 실제 주민 동의율을 얻는 단계까지 이를 수만 있다면 양질의 입지를 갖춘 주택 공급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해야 한다’는 시장의 요구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입지가 상당수 들어 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국토교통부는 2·4 대책에 포함된 도심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의 첫 선도사업 후보지로 금천구·도봉구·영등포구·은평구 등 서울 4개 구, 21곳을 선정했다. 정부는 이곳을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로 선정해 판교 신도시급인 2만 5,000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지역별로는 금천구 1곳, 도봉구 7곳, 영등포 4곳, 은평구 9곳이다, 이 사업은 역세권과 준공업지역·빌라촌 등 저층 주거단지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 기관이 주도해 용적률 인센티브를 얻어 고밀 개발하는 사업이다. 과거 ‘뉴타운’ 해제지역도 사업 대상이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사업장으로 옛 신길4구역이었던 영등포구 신길동 저층 주거지를 꼽을 수 있다. 이 구역은 신길뉴타운의 중심부 입지임에도 불구하고 2014년 구역이 해제되면서 노후화가 진행되던 곳이다. 인접한 신길3구역과 신길5구역·8구역 등은 모두 신축 아파트 단지로 거듭나고 있다. 이에 따라 개발이 진행되면 인근 신길뉴타운과 함께 양질의 입지를 갖춘 주거단지가 될 수 있다는 게 영등포구와 정부의 판단이다. 현재 정부는 용적률을 높여 1,200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와 근린공원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은평구 연신내 역세권 개발도 관심을 끌고 있다. 개발이 이뤄질 경우 GTX-A와 인접한 아파트 단지가 된다. 연신내 지역은 GTX-A 노선 가운데 서울역과 삼성역을 제외한 유일한 서울 내 정거장이지만 주변이 대부분 노후 주택으로 이뤄져 있다. 개발이 실제 추진될 경우 약 8,160㎡ 부지에 2개 동으로 이뤄진 주상복합 단지로 변신한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GTX-A·통일로·연서로가 교차하는 주요 입지지만 주거지가 80% 이상 노후돼 있는 곳”이라며 “개발을 통해 슬럼화를 해결하면 지역 중심으로서의 위상을 높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에 선정된 후보지 가운데 가장 대규모 개발이 예상되는 곳은 은평구의 옛 증산4구역이다. 부지 규모만 16만 6,022㎡이다. 개발이 이뤄질 경우 4,139가구에 이르는 대단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애초 수색·증산뉴타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알짜 재개발사업지로 꼽혔지만 일몰제에 따라 지난 2019년 6월 재정비촉진구역에서 해제된 곳이다. 위로는 도시자연공원이, 아래로는 불광천을 껴 거주 생활 환경이 좋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역세권 입지 가운데서는 연신내역 외에도 가산디지털역 인근과 도봉구의 쌍문역 일대, 영등포역 인근이 개발 후보지에 올랐다. 가산디지털 역세권은 주변에 국가산업단지인 G밸리가 있어 직주 근접이 가능한 주거 입지지만 남부순환로로 공간이 단절된데다 김포공항 주변 고도지구 지정으로 2019년 이전까지 고밀 개발이 불가능해 노후화됐다. 정부와 금천구는 이곳을 1,253가구의 아파트와 함께 G밸리 종사자를 위한 문화 상업 기능을 확충할 계획이다.
이 밖에 영등포역 인근 9만 5,000㎡는 2,580가구 규모의 직주 근접 콤팩트 시티로, 도봉구 쌍문역은 동측·서측 동시 개발을 통해 각각 447가구, 1,151가구에 이르는 대단지로 개발된다. 준공업지역은 도봉구 창동 674 일대와 창2동 주민센터 인근이다. 창동 준공업지역은 산업 기능을 상실한 채 노후화된 곳으로, 상업·편의·산업 시설이 복합된 근린 생활 중심지로 조성된다.
한편 국토부는 이번에 선정된 1차 선도사업 후보지에 대해 세부 사업계획안을 수립하고 사업계획안과 사업 효과 등에 대한 주민설명회 등을 개최한다. 또 토지 등 소유자 10% 동의 요건을 우선 확보하는 후보지에 대해서는 오는 7월부터 예정지구로 지정해 신속 개발을 추진한다. 선도사업 후보지 중 올해 주민 동의를 받아 사업에 착수(지구 지정)하는 경우에는 토지주에게 최고 수익률(민간 재개발사업 대비 30%포인트 증가)을 보장한다. 도시·건축 규제 완화 등 인허가를 우선 처리하는 등 국토부와 지자체의 지원도 집중할 계획이다. 투기 수요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예정지구 지정 시 이상·특이 거래에 대해 조사하고 필요시 국세청 통보나 경찰청 수사 의뢰를 요청할 방침이다.
윤성원 국토부 차관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토지주에게 최고 수익률을 보장하고 규제 완화 및 인허가 우선 처리 등을 통해 지원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동시에 예정지구 지정 시 1년 전부터 본지구 확정 시점까지 부동산 거래를 조사해 투기를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현실화 가능성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사업지 중 상가를 포함한 역세권 입지의 경우 개발이 이뤄진다면 좋은 주거 환경을 갖출 수 있지만 주택 소유자와 상가 건물 소유자의 이해관계가 달라 추진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정부는 선정 자체보다 주민 협의를 최우선 과제로 놓아야 공급의 결실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