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컴퓨터 전공자조차 1학년때 코딩 포기…초중고 '컴퓨팅 사고력' 교육 더 늘려야"

■ 한림원 'AI 시대 인재 양성' 토론회

학부 때 AI 관련 한 과목 개설 그쳐

최소 석사급 마쳐야 제 실력 갖춰

해외 대학 수억 들여 석학 영입 활발

국내선 재정 한계에 유치 쉽지않아

서정연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2일 한국과학한림원에서 주최한 ‘인공지능 시대의 인재 양성’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생중계 화면 캡처서정연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2일 한국과학한림원에서 주최한 ‘인공지능 시대의 인재 양성’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생중계 화면 캡처




서정연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2일 한국과학한림원에서 주최한 ‘인공지능 시대의 인재 양성’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생중계 화면 캡처서정연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2일 한국과학한림원에서 주최한 ‘인공지능 시대의 인재 양성’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생중계 화면 캡처



“국내 인공지능(AI) 인재 양성의 가장 큰 문제는 컴퓨터공학과 입학생들조차 90% 이상이 과거에 컴퓨팅 사고력을 배운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적지 않은 컴퓨터공학과 신입생들이 1학년에 ‘프로그래밍(코딩) 포기자’로 전락할 정도입니다.” (서정연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30년간 대학에서 컴퓨터공학 전공생을 육성해온 서정연 교수는 2일 한국과학한림원이 주최한 ‘인공지능 시대의 인재 양성’ 토론회에서 발표자로 나서 소위 ‘코포자(코딩 포기자)’가 생기는 가장 큰 이유로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컴퓨팅 사고력을 배울 기회가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컴퓨팅 사고력은 컴퓨터 데이터에 대한 개념을 바탕으로 현실의 문제를 컴퓨터 데이터 형태로 추상화한 후 프로그래밍언어로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이다. 디지털 세계에서는 문해력에 해당해 수학·통계학에 대한 지식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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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교수는 컴퓨터공학과 신입생 대부분이 대학에 입학한 후에야 비로소 프로그래밍을 접하다 보니 학부 교육 수준에서는 AI 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 학부 2년간 컴퓨팅 사고력 개념을 숙달한 후 3학년 때부터 소프트웨어 관련 교육을 하다 보니 학부 때는 AI 과목이 한 과목 정도 개설되는 게 대학의 현실”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AI 전문가로 실력을 키우려면 최소 석사급 교육과정은 마쳐야 가능한 이야기”라고 못 박았다. 그는 이어 “영국은 지난 2014년부터 초등학생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12학년 동안 주당 1시간의 컴퓨팅 수업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컴퓨팅 수업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최근 정보 교사가 아닌 다른 과목 교사들이 컴퓨팅 융합 교육에 나서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대부분의 교사들이 컴퓨팅 사고력을 모르는 디지털 문맹인데 그런 분들이 융합 교육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학생 입장에서도 컴퓨팅 사고력이 없는데 융합 교육을 받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육과정 개정이 이뤄지는 내년에 컴퓨팅 수업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다른 참가자들은 AI를 가르칠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오혜연 KAIST 전산학부 교수는 “최근 컴퓨터공학 전공·부전공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다양하게 관련 과목을 신설하고 AI 융합 과목을 만들고 있지만 성과가 나오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모자란 자원”이라며 “교수와 조교가 모자라고 컴퓨팅 자원이 모자라는 게 다른 대학들도 겪는 비슷한 문제인 만큼 재정적인 지원뿐 아니라 국가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사립대 초임 교수의 연봉은 보통 1억 원을 넘지 못하는 반면 해외 대학들은 AI 관련 교수들에게 5억 원 이상의 파격적인 연봉을 제시해 석학들을 영입하고 있다. 한 국내 대학 관계자는 “2조 원의 예산을 투입해 AI대학원을 설립한 스탠퍼드는 예산 대부분을 AI 교수 유치에 활용했다”며 “최근 일부 대학들이 연봉 1억 원 수준으로 석학들을 교수로 모셔오려고 했지만 모두 실패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KAIST에 500억 원을 기부하며 KAIST 측에 ‘각서’ 수준의 이행을 요구한 것 역시 AI 교육 자원 확보가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명예회장은 이날 대담에서 “기부 약정서를 쓸 때 ‘학생은 얼마나 뽑아라’ ‘선생님은 얼마나 모셔라’ 등 구체적인 기부 사용 계획을 부탁드렸다”며 “속도감 있게 AI에 투자해달라고 강조하기 위해서였다”고 전했다.

/정혜진 기자 madein@sedaily.com


정혜진 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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