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옛 빅히트)가 미국의 유명 미디어 레이블을 약 1조 원에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세계 최대 음악·음반 유통사인 유니버설뮤직그룹(UMG)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미국 현지에서 보이그룹 데뷔를 추진하기로 한 데 이은 이번 행보로 글로벌 레이블로 도약하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하이브는 2일 공시를 통해 미국의 종합 미디어 레이블인 이타카홀딩스를 약 1조1,860억 원에 인수합병한다고 밝혔다. 미국 현지법인인 빅히트 아메리카와 이타카홀딩스의 합병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인수합병 자금은 하이브 본사가 유상증자 형태로 지원한 1조728억원과 일부 금융권 대출을 통해 충당했다.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은 “이번 새로운 파트너십은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도전”이라며 “두 기업은 그동안 축적한 성과와 노하우·전문성을 바탕으로 국경과 문화의 경계를 넘어 긴밀한 협업으로 고도의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쿠터 브라운 이타카홀딩스 대표도 “이번 파트너십이 하이브의 혁신적인 시스템과 큐레이션 역량이 적용되는 시발점”이라며 “기존 아티스트들의 커리어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많은 아티스트가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기회를 얻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환영했다.
하이브가 사들인 이타카홀딩스는 미국 연예계의 거물 제작자인 스쿠터 브라운이 이끄는 종합 미디어 지주회사로, 음악 관련 매니지먼트와 레코드 레이블, 퍼블리싱, 영화, TV쇼를 아우른다. 세계적 팝 가수인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등의 소속사로 미국의 대표적 엔터사로 꼽히는 SB프로젝트와 컨트리 음악 레이블인 빅머신레코드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브라운은 지난 2012년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인기를 얻으며 해외에 진출할 당시 매니지먼트를 맡으며 한국에서도 친숙한 이름이다.
하이브 측은 이번 합병에 따라 방탄소년단(BTS),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세븐틴, 뉴이스트, 여자친구, 지코, 엔하이픈 등 국내뿐 아니라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제이 발빈, 데미 로바토, 칼리 래 젭슨 등 다양한 글로벌 아티스트들의 음반제작과 매니지먼트 활동을 함께 하게 된다고 밝혔다. 브라운은 하이브의 사내이사로 등재되며, 협력 강화 차원에서 브라운을 비롯한 이타카홀딩스의 주요 임직원과 소속 가수들은 하이브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이타카홀딩스 측은 미국 내 시장·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이브 소속 국내 아티스트의 미국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도 돕는다는 계획이다. 이선애 KB증권 연구원은 “하이브의 이타카홀딩스 지분 인수는 그 안의 인력과 맨파워까지 모두 흡수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포석”이라며 “K팝의 글로벌 진출과 주류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